사랑하는 미움들 - 김사월 산문집
김사월 지음 / 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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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0]

미지근함, 덤덤함, 이모티콘으로는 😐... 작가에게서 느껴진 느낌이다. 감정을 잘 느끼기 힘든 텍스트란 수단 때문인걸까? 그녀가 지은 곡을 찾아 들어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에세이, 특히 현재 한국에서 출간되는 에세이를 읽고싶진 않지만 요즘 목적을 가지고 읽고 있다. 최근 서평단 책목록에 에세이가 꼭 있어서 신청을 해보는데 이상하게 당첨 확률이 높다. “2019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첫 산문집”이란 문구가 없었다면 신청을 하지 않았을 텐데… “작사가”란 단어가 없었다면 흘려버렸을 텐데… 나도 모르는 내 스키마가 이 에세이로 인도했다.

책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온도는 미지근했다. 격동이 없는 느낌이랄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가면과 변모가 보이지 않았다. 이 미지근함은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를 오가는 역설에서 오는 듯하다. ‘우리는 이어지지 않음으로 이어져 있을 것이다’라거나, ‘궁금하지만 궁금하지 않음’이라거나. 제목부터 사랑하는 미움들이기에... 이게 모순인지 역설인지 또다른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타협 불가능한 것들의 조합을 그녀는 알고 있다.

양립할 수 없어보이는 것들이 한 표현에, 문장에 있는 모습. 조금 확대해보면 그것은 인간과도 같다. 그만큼 김사월 씨는 솔직했고 투명했다. 그게 날카롭게 다가오거나 미지근함이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 건 단지 비슷하게 미지근한 내게 그런 것일뿐. 어쩌면 미지근함을 나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녀도 격동을 표출하는 때가 있을 테다.

아, 오해하지 않기를. 사월 씨는 참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자기가 고통을 받았기에 그 고통을 다른 사람은 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 때문이다. 글이라도 나는 이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다 정리하지 못했지만 내가 얻은 것은 이 정도다. 에세이/산문집 답게 1:1소통과 같았다는 점. 그래서 내가 이 대화를 통해 사월 씨와 나 자신에 한정된 모습을 보았다는 점. 요 근래에 나온 개인에 대한 이야기처럼 교훈 없이 속마음 취재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출판사의 문구가 없으면 이 책도 조커처럼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김사월의 노래 중에서 Sabbath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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