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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야심만만이란 프로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
한 사회심리학자는 이러한 상황을
지금 우리에게 "talk yourself'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고 하였다.
시청자에게도 그냥 연예인들이 나와서
잡담하고 재밌게 노는 것보다
그들의 삶의 얘기를 진솔하게 듣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고,
출연자들에게 있어서도 그들의 장기를 보여주는 것보단
그들이 지금까지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일을 말하는 것이
때로는 눈물바람을 일으키기도 하는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서로간의 '소통'이 더 필요하고 원하는 때인 것 같다고 하였다.
무릎팍도사나 야심만만에서 볼 수 있듯
많은 돈을 벌고 화려한 모습을 한 연예인들에게도
타인이 아닌 그들 자신에 대해
그들 삶에 대해 말을 하는 일은 힘들다.
하루키 역시 그의 작가로서의 삶에 있어서
많은 중장편과 단편소설, 여행기를 거쳐
이 회고록을 쓰기까지의 여정이 그냥 우연이 아니라,
그에게도 소설속 제 3자의 입을 빌어
그의 마음속이나 무의식속의 말을 하기 보다,
그 자신의 입으로 그의 얘기를 하기까지
그렇게 오랜시간이 걸렸던 게 아닐까 싶다.
해변의 카프카에서 사에키상은 그녀의 삶을
원고지에 계속해서 기록한다.
그리고 그 원고지를 태워달라 부탁을 하고 죽는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그 원고지를 태우지 않고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소설쓰기와 달리기를 통해 그가 내적으로 성장했다는
증거가 아닐런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