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서울 -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컬 에세이 프로젝트 1
콰야 외 지음 / 방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37

그래서, 제주 & 그래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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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두 도시, 제주와 서울. 그 도시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엮은 <<그래서, 제주>>, <<그래서, 서울>>. 마치 한 패키지 같은 책이지만, 내가 느낀 온도 차는 다소 컸다. <<그래서, 제주>>는 제주도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예찬론이지만, <<그래서, 서울>>은 마치 서울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기를 그리는 것 같았다. 물론 서울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의 애정 담긴 글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 애정 담긴 글들에서도 고단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 서울에서 힘겹게 생존해가고 있는 내 감정이 들어가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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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대한 예찬론을 듣고 있으니 내 지난 제주 여행들이 떠올랐다. 제주에서의 황홀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사람들과 달리, 나에게 제주는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특별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두 번의 제주 여행은 재밌었지만 떠오르는 것들은 맛있는 음식들뿐이었고, 그 이외의 것들은 좋았지만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주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며 알 수 없는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제주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제주라는 매력에 빠져 정착을 결심한 사람들의 용기에 놀랐다. 제주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제주에 정착할 수 있었던 걸까? 아마 그 해답은 제주여행을 떠나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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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의 나이에 상경해 10년째 서울에 살고 있다. 물론 군 생활 2년을 제외한다면 정확하게는 8년이지만 그냥 10년이라고 하고 싶다. 10년간의 서울살이를 했음에도 여전히 내 말투에는 고향의 언어가 녹아있다. “나 사투리 안 쓰지?”라는 말에 아내는 항상 “완전 경상도 사투린데?”라고 놀리곤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말투 하나 서울말씨로 바꾸기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 서울이라는 놈은 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0년 전 3평 남짓의 하숙집을 시작으로, 5평에서 7평 사이의 원룸들에서 내 20대를 보냈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 때문인지 서울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중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도, 빠른 사람들도 많았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물며 식당에 가기 위해서, 또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도 항상 노력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있어서 서울에서의 삶은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곳’ 처럼 느껴지고는 한다. 온 힘을 다해서 스펙을 쌓고, 최선을 다해서 취업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다. 항상 최선을 다했지만 늘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은 많았고, 그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더더욱 부지런해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큰 이유는 없지만, 서울이라는 곳이 좋다. <<그래서, 서울>> 의 글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좋지만, 힘들어’ 인 것 같다. 부단히 노력하지 할 수밖에 없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글. 그들도 나처럼 서울의 삶이 힘들고 버겁지만, 그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찾은 듯했다.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씁쓸함을 느꼈다. ‘과연 이 도시에서 버겁지 않은 순간이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생각을 환기했다. 어찌 됐건 서울에서 살고 있고, 작지만 안락한 내 공간을 행복으로 채워가고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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