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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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건축은 진실 앞에 자리를 양보했다. 바닥을 덮는 대신 높은 층고와 이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비로소 이 건축은 완결지어졌다. 그것은 건축가의 이성이 슬픔을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최선의 설계였음에 틀림이 없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여느 다른 여행기와는 다르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저 예쁘다, 아름답다로만 표현했던 세계 곳곳의 유명한 건축물이 '왜' 아름다운지 알려주는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새로움을 더해주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꼭지는 '중국 난징 대학살 기념관'이었다. 책에 나온 공간 중 내가 유일하게 가본 곳이기도 했고, 당시 그곳에서 느꼈던 엄숙함과 깊은 슬픔의 이유를 건축의 관점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설계를 마쳤지만 땅을 파면서 발견된 유해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다시 설계를 바꿨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슬픔'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어떻게 건축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완벽한 답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건축물은 여러 요소를 고려한 끝에 나온 하나의 완성작이고, 그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감정'이 아닐까 싶다. 어떤 곳을 방문했을 때 받은 느낌은 그곳을 방문한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하며 만든 건축가의 노력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건축 요소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발이 들어선 입구부터 공간 내부, 동선 그리고 출구까지. 이렇듯 이 책은 앞으로 어느 공간을 방문하더라도, 색다른 눈으로 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 선물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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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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