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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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노라의 등 뒤에 바짝 붙어 함께,라는 말에는 등이 있고 어깨가 있고 체온이 있다고 생각하다가 잠들었다.

『노라와 모라』는 생계에는 악착같지만 가족에게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엄마의 딸이자 공감 능력이 결핍된 '노라', 따뜻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바쁘기만 한 아빠의 딸이자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라'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노라와 모라’를 통해 우리가 간직한 아픔과 외로움이 기실 모든 인생의 본질임을 보여주며, 이러한 공감을 통해 타인을 향해 마음 여는 데까지 이르게 한다. 살기 위해 궁핍한 기억을 지우려 애쓰지만 따뜻했던 기억은 꼭 붙잡아야 했던 노라와 모라. 이들이 함께한 7년의 기억 중에 유일하게 일치했던 ‘실감의 기억’은 불가해한 삶의 고통 속에서도 우리를 연대하게 만드는 작은 발원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다고 느껴질 때, 그럼에도 살아있는 한 만남은 계속된다고 말이다. 누군가와 이어지는 삶에는 온기가 흔적으로 남아 계속해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믿어볼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 리뷰 중 일부분을 인용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마음에 어둑어둑한 구름이 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도 가시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비라도 한바탕 내렸으면 좋겠지만 끝끝내 내리지 않고, 그렇다고 햇빛이 들지도 않는 그런 날씨. 그래서 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먹구름을 손으로 헤집고 싶다가도 손에 닿는 보드라운 구름의 감촉에 알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그런 기분.


내가 이렇게 느낀 데에는 어느 순간도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삶을 살아온 노라와 모라 때문일 것이다. 비슷하게 불행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둘의 인생이지만 불행한 이유는 비슷하지 않고, 함께 산 7년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둘은 전혀 비슷하지 않은 사람으로 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닮은 구석 없는 두 사람을 위로하는 것은 둘만이 공유하는 한 추억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힘들 때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나의 삶을 지탱해 준 과거의 한 조각을 떠올려보았다. 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성격이라 당연히 떠올린 과거 또한 혼자 무언가를 한 뒤 행복감을 느꼈던 기억이거나 어떤 대단한 것을 성취한 날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그저 한 친구와 처음으로 속 깊은 얘기를 하며 서로를 안아 주었던 순간 같은 것이었다. 


인생은 한없이 불행한 것 같다가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끔 한다. 그 친구와의 추억도, 그리고 『노라와 모라』가 남긴 작지만 따뜻한 온기 모두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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