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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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여유가 없으면 타인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처럼

부모에게 여유가 없다면, 자식에게 쏟을 일말의 여유가 사라진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여유'를 떠올린 것은 삶에서 가지는 여유의 정도가 사람의 성격, 삶의 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최근 많이 생각해봤기 때문일 것이다.

바쁜 부모는 하교한 자녀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고, 조금이나마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부모라면 자녀를 학원에 보내 하교 후의 시간을 어떻게든 채워주겠지만, 그마저도 없는 부모는 자녀에게 줄 그 어떤 금전적, 심리적 여유도 없다.


"다들 학원을 한두 개씩은 다녀서 보통은 같은 학원에 다니는 애들끼리 어울렸다.

친구도 스케줄이 맞아야 함께 다닐 수 있었다.

그래서 1학기가 끝나 갈 동안 누구와 오래 어울려 논 적이 별로 없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을 갈 때 혼자 시간을 때우는 현성이. 같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분위기 속에서 학원을 가지 않는 현성이에게 '장우'라는 친구가 나타나, 그리고 장우에게도 '현성이'라는 좋은 친구가 생겨 그 나이대에 필요한 '여유'를 서로가 채워줄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기다. 시작!”

뭐라고? 나는 준비도 안 됐는데, 장우가 무작정 녹화 버튼을 눌렀다.

가만히 있으래서 꼼짝도 못 했다.

장우가 이 동영상을 자기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제목,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아무것도 없는 채널에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만 남아 버렸다.

우리는 그게 또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실컷 웃은 날이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두 아이들이 '아무것도 안 함'으로써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

물론 본인이 올리는 영상, 본인이 원하는 대로 올려도 상관없는 것이지만 

나는 이 '아무것도 안 하는' 영상이 새엄마와 함께 살며 낯설어진 집을 피해, 혼자 있는 집을 나와 찍는 영상이 아닌

그저 어쩌다 친구와 장난 식으로 즐기기 위해 찍는 영상이길 바랐다.

부모님과 충분히 시간을 보낸 후 친구와 만나 찍는 그런 영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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