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비룡소 창작그림책 20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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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있다. ‘는 엄마 아빠와 함께 동물원에 갔다 온 후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은 첫 장에 오늘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오늘 동물원에서 겪은 일을 오늘 저녁쯤에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시점에서 어린아이의 눈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글밥은 그림의 크기나 내용에 비해 무척 적고 단순하다. 이 책의 텍스트만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 나는 엄마 아빠랑 동물원에 갔어요. 우리는 고릴라 집에도 갔고요. 곰 동산에도 갔어요. 하마 수영장이랑, 코끼리 궁전이랑, 기린 마을에도 갔어요. 우리는 또 물새 장에도 갔고요, 원숭이 나라에도 갔답니다. 동물원은 정말 신나는 곳이에요. 엄마 아빠도 재미있었죠?>

 

하지만 그림의 내용은 위 글과는 다르게 전개된다. 고릴라, , 하마, 코끼리, 기린, 물새, 원숭이 우리에는 정작 있어야 할 동물들이 없다. 거기에는 인간이 그들을 가두기 위해 만든 철조망과 삭막한 인공 바위만이 있을 뿐이다. 그 앞에선 엄마 아빠나 주변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무심한 듯 지쳐있다.

 

동물원 입구에서부터 의 시선은 엄마 아빠와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항상 공작새 한 마리가 있다. 그 공작새는 온통 무채색으로 가득한 주변의 환경과는 다르게 혼자만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공작새는 우리에 갇혀 있지 않다. 공작새는 동물원이라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다니면서 의 시선을 이끌고 있다. 엄마 아빠의 시선이 공작새가 거기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듯 무심하게 다른 곳을 향할 때, ‘는 드디어 아빠 손을 놓고 공작새를 따라간다.

 

다음 장에서 공작새가 이끄는 대로 화려한 컬러의 세계로 한 발을 디뎌놓는 순간부터, ‘의 옷도 무채색에서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는 뒤늦게 가 없어진 것을 알고 당황한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공작새가 이끄는 대로 완전한 자연의 세계에 들어간다. 거기에는 인간이 만든 우리에 갇힌 동물은 없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진정한 하마, 원숭이, 코끼리, 곰이 있다. 그 세계 속에서 는 동물들과 친구가 되어 함께 논다. 옷이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코끼리와 물놀이를 하고, 기린의 목에서 미끄럼틀을 탄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동물원의 모습이다.

 

아빠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온 새 모양의 풍선마저 를 찾아 그 세계로 찾아온다. 다음 장에서는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꿈꾸어 봤을 장면이 펼쳐진다. ‘는 드디어 새들과 함께 하늘을 난다. 환상이 최고조에 이르고, ‘의 표정도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이때 작가는 한 가지 재미있는 장치를 그려 놓았다. 바로 의 신발 한 짝이다. 처음에 회색이었던 의 장화는 이제 분홍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 장화 한 짝이 아래로 떨어진다. 누구의 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장화를 받으려 한다.

 

언제까지나 환상의 세계에서만 살 수는 없다. 이제 엄마 아빠를 따라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는 엄마 아빠에게 발견되고, 아빠의 품에 안겨 동물원을 나선다. 하지만 의 눈에는 여전히 환상의 세계에서 만났던 동물 친구들이 보인다. 그리고 의 신발 한 짝을 입에 문 고릴라 친구도 보인다. 환상과 현실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이다.

 

아이들은 꿈을 먹고 산다고 했다. 환상보다는 현실의 세계에 속해 사는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내 아이의 환상 속 세계에 대해 얼마나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 아빠가 다시 동물원 입구를 돌아보았을 때는 당연하게도 의 동물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높은 담장과 철문이 있을 뿐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 무채색이 아니기를, 삭막한 철조망만이 쳐져 있는 곳이 아니기를 바란다.

 

(2) 생각하게 하는 질문

- ‘의 옷색깔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처음엔 무채색... 뒤에는 화려한 색...)

- ‘는 정말 하늘을 날았을까? 아니면 꿈을 꾸었을까?

- ‘의 장화를 받은 손은 누구의 손일까?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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