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일꾼들 (천줄읽기) 지만지 고전선집 580
빅토르 위고 지음, 김희경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 책을 읽게 되면서 두가지 감정,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기뻐했던 것은 그동안 묻혀있던 진귀한 보물을 발견한 것에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 책의 안내문에는 원전의 10%만 발췌한 선문집이라는데 그만 맥이 빠져버렸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거라곤 이 책 밖에 없으니 건너뛰기식 읽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감수할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절판되어 독자들을 애간장 태우게 하는 책들은 발간이 안되고, 기다리지도 않는 책들은 왜 그리 많이들 쏟아져 나오는지 아이러니하게도 허섭쓰레기같은 책들이 좋은 책들을 묻어버리는 경향이 생기고 있는 요즘이다.

 

이책은 빅톨 위고의 책중 진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책 중 하나인데 <레미제라블>은 워낙 <장발장>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지만  <웃는 남자>, <바다의 일꾼들>은 그 진가가 충분히 알려지 있지 않다.

위고의 문학여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두가지 사건이 있는데 하나는 1843년 큰딸이 신혼여행에서 바다에 빠져 죽은 것이고 두번째는 건지섬에서 보낸 망명생활이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난뒤에 책을 일게 된다면 도움이 될것이다.

그의 망명생활중(1851~1870)에 말기에 쓴 장편소설 <바다의 일꾼들, 1866>은 책의 원문은 클리브 프랑세 뒤 리브르 출판사에서 발행한 전집18권중 제 12권에 수록된 원전의 10%를 발췌하였다.

 

빅톨 위고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그의 서술방식의 특징인 사물이나 인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장황하고 방대하고 심오한 문장에 그만 질려버려 책을 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한번 그의 문장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장엄하면서도 깊이있는 무게감을 가진 그의 문장에 매료될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중 주인공 여성(데뤼세트)에 대한 묘사는 신비한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가진 영혼의 소유자이며, 남자 주인공(질리아트)은 자신의 성취를 넘어서 보다 먼곳의 어떤 것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사실 나도 십수년전 <레미제라블>을 오랜시간동안 완독한후 한동안 그의 문장의 무게로 다른 책들이 너무 가벼워 보인다는 느낌을 벗어나는데 한참걸렸다. 그후 <웃는 남자>는 그야말로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꼭 추천해 주고픈 책으로 남아있다.

 

이 책의 제목만 보면 사회주의소설로 보여질 수 있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여기서 '일꾼들'은 하나의 대상만을 말하지 않는다.

위고만의 서술방식의 특징인 우주와 인간의 깊은 심연의 깊이를 관조하듯 써내려간 책으로 바다에 대한 무한한 힘과 도한 자연과의 조화를 체험할수 있게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영불해협의 건지섬으로써 위고가 20년 망명생활중 15년을 보낸 곳으로 생생한 체험과 그 의미가 깊다.

건지섬은 바로 얼마전 <건지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클럽>이라는 소설을 통해 들어봤던 섬이라 낯설지 않고, 더구나 위고가 망명생활을 했던 곳이라는데 남다른 느낌을 주는 섬이 되었다.

 

위고의 서문에 의하면 종교, 사회, 자연은 인간이 투쟁하는 대상이다. 바로 투쟁의 대상인 동시에 필요성이다.

이 삼중의 숙명이 우리를 짖누르는데 도그마의 숙명, 법의 숙명, 사물들의 숙명이다. <파리의 노트르담>이 첫번째 것을 고발했고, <레미제라블>에서 두번째 것을 주목했고, <바다의 일꾼들>이 세번째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침 이 책을 읽는동안 폭우로 산사태가 나고 강물이 범람하고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때때로 사물들은 숙명처럼 불길하고 적대적인 공포감을 주기도 하지만 사물들을 벗어나서 살아갈수 없다는 어떤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
우리의 얼굴보다 더 우리 자신을 닮은 어떠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표정이다. 우리의 표정보다 더 우리를 닮은 것이 있다면 우리의 미소다.(53) 

때때로 사물들은 인간에 대해서 불리하고 적대적인 모습을 과시한다. 그것은 마치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성스러운 공포감이 덧붙여지는 시간이었다. (80)

주위의 모든 것은 무시무시한 침묵 속에서 저항하고 있었다. 사물들에는 "어쩔수 없다"는 불길함이 있다. 사물들의 이러한 무기력은 음산한 경고이기도 하다. 사물들이라기보다는 거의 의지를 가진 어떤 자였다.(93)

우리는 톱니바퀴 장치 안에 맞물려 있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전체의 구성요소다. 우리는 자기 내부의 미지의 것이 외부의 미지의 것과 불가사의하게 연대하고 있음을 느낀다.(103)

자연은 좋을때는 어머니와 같지만, 마음내키면 어떨땐 형리(刑吏)가 되기도 한다.(152)

가장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실현가능한 사고를 박탈당하게 되면 삶은 기계적인 생활로 축소된다. 살아가는 실존자의 내부가 텅비어 버릴때 일어나는 결과다. 삶은 여행이고 사고는 여정이다. 운명은 자유재량권을 지닌 어두운 권력이다. 절망이란 영혼이 파면된 거와 마찬가지다. 매우 위대한 정신들만이 절망에 맞서 저항한다.(160)

인간은 공포에 의해 구원되고, 두려움에 도움을 청한다. 기도는 신비와 같은 것으로, 영혼에 속하는 거대한 힘이다. 기도는 어둠의 세계에 관대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기도는 바로 어둠의 눈으로 신비를 바라보는 것이다.(160)

그에게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내성적인 사람들의 습관이 있었다. 그는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주 어렸을때 사람들 얼굴에서 그를 반기는 것 같지 않은 것을 본 그는 이러한 버릇이 생겼고, 이후 본능처럼 여전히 사람들을 멀리하고 있었다.(185)

이 고정된 눈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그 어떠한 것과도 닮지 않았다. 심각하면서도 평온한 이 눈동자 속에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시선은 실현되지 않는 꿈이 남겨놓은 모든 평온함을 담고 있었다. 이 시선은 다른 성취를 비통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와같ㅇㄴ 시선들은 별의 흐름을 쫓고 있음이 틀림없다. 때때로 어느 한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눈썹아래에 이 세상 것이 아닌 어둠이 내렸다.(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