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김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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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공동대표 김영옥씨의 책이 출간되었다. 농부, 주거복지, 서비스 관리자, 요양보호사, 예술가, 환경운동연구가, 장애여성이자 장애여성 단체 대표, 인권운동과 빈곤 운동의 활동가, 트렌스젠더이자 퀴어 아카이빙 활동가, 생애구술사 작가등 각계 열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노인’, ‘늙음’, ‘나이듦에 두드러진 두려움과 혐오의 정동을 걷어내고, 서로 기대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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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력이라는 달력이 있다. 양평의 두물머리 활짝 협동조합팀이 기획해서 만든 달력이다.

할매력은 농사짓는 것을 비롯해 촌 살이에 꼭 필요한 절기들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그러나 할매력은 무엇보다 활짝 멤버들이 발견한 양평 부용리 할매들의 매력을 강조한다. 할매들의 매력! 줄여서 할매력이다.

 

귀촌한 여성 농부와, 그에게 밭을 빌려준 할머니, 그와 술친구가 된 또 다른 할머니는 입에 침이 마루도록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며 존중하는 사이가 되었다. 김현숙 농부도 이제 60대에 들어섰다. 그는 자신보다 20년 넘게 인생을 더 산 어르신들과 자신보다 30여년 어린 청년들 모두와 우정을 쌓으며 다양한 연령대가 서로 호혜적으로 연대하는 삶에 예 하나를 만들고 있다. 꽤 괜찮은 예다.

 

독거노인이라지만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생활공간의 상태나 집 고쳐주는 청년들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다르다. 할머니들은 독거하고 있지만 집 밖 활동이 많아서 고립이나 외로움에 덜 고통 받는다. 몸이 웬만한 할머니들은 복지관이나 공원 나들이가 잦고 친구들과 만나 노니는 일이 빈번하다.

 

지금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그와 헤어지며, ‘사람이 장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살던 곳에서 늙어간다는 건. 무엇보다 사람 사이에서 늙어간다는 것, 그리고 위해 관계 가꾸기를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일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은주가 요양보호사가 되겠다고 결정한 데에는 매우 사적인 동기가 있다. 미래의 자신과 어머니가 의탁할 곳이 궁금해서,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립고 그리워서 할머니 닮은 분들 곁에 있고 싶어서, 이은주는 요양보호사가 되었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일에는 늘 죽음을 느끼고 의식하는 일이 포함된다. 그것은 어쩌면 죽음과 함께 삶과 함께 죽음을 살아내는 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씨앗 지킴이 할머니들에게 토종 옥수수들을 심고, 토종 밀들을 심고, 토종 콩들을 심는 것은 단순히 돈이 되는 생산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종류 하나 하나를 그 특성에 따라 구별하고 지키는 태도는 씨앗 지킴이에게 필수다. /생명을 대하는 충실함과 대단한 영민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밥 먹을 때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평화의 무게, 농부의 무게, 세월의 무게, 우주의 무게, 노래를 온몸, 온 마음으로 부른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고령이나 장애로의 이행을 특정한 유형의 신체 손상이나 인지 손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가시적인 신체.인지 손상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것은 노년기에 어떤 손상이 정상적인 또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가와 상관되는 문제. 즉 문화의 문제다.

 

장애인인 저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어, 라고 하지만 제가 아는 나이 든 장애여성들은 정말 자기만의 삶의 방식, 노하우가 많아요. 장애가 있는 몸으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내 몸 사용법을 너무나 잘 아는 거죠. 그 삶의 방식, 노하우는 상상을 초월해요, 잘 살고 있는 거예요.

 

권태롭지 않은, 의미가 가치가 있는 노년기를 보내려면 사회 활동을 멈추지 말라고 제언들을 한다. 나는 인권활동가들에게 후원을 하고, 지지와 격려를 보낸 다는 것을 썩 괜찮은 사회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더 나은, 찬란하지 않더라도 변혁의 꿈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사회를 위해 어떤 제안을 하는 지, 이들이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동행하는 일은 후원자들에게도 호기심과 열정과 기대감을 선사한다.

 

돌봄받는 위치에 자신을 두는 건 여전히 훈련하고 배워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사실은이라는 부사어와 함께 자신의 보부상 정체성으로 화제를 넘겼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조치할 수 있도록 가능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다니는 보부상.

 

나이듦의 의식은 시간의 의식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의 사이는 공간이나 장소보다는 시간의 문제로 지각된다. 지금 이 자리에서 과거에 살아낸 삶과 어떻게 다시 마주할 것인가. 미래에 내 삶은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

쌓이는 건 측량 가능한 자신이고, 이것이 의미 있는 나이듦의 징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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