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똥을 눈 아이 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옛날이야기 1
안도현 지음, 김서빈 그림 / 상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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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이 새로 쓴 옛날이야기

안도현 시인이 동해안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 중에 요즘 어린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골라 고치고 다듬어 현대판 버전으로 새로 쓴 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옛날이야기시리즈 (5) 첫 번째 책이다. 옛날이야기에 안도현 시인의 상상력이 더해져 신비스럽고 기발한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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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태우고 헤엄치는 바위

, 뭐야?” 남자가 소리친 건 이미 우리가 바다 한가운데까지 나왔을 때였어.

 

미리 말하지만 나는 절대로 그를 괴롭히려던 게 아니야. 믿어줘. 나는 단지 오랜만에 느낀 온기가 반가웠을 뿐인걸.

 

해변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곳이 우리가 있던 해변이 아님을 금방 알아차렸어. 바위 친구들이 코빼기도 안 보였거든. 하지만 뛰어내리는 남자를 말릴 수가 없었지.

 

두 사람은 해와 달의 정령이거든. 해와 달이 뜨지 않는다는 건 더 이상 연오랑과 세오녀가 이곳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소문에 두 사람이 건너편 육지에 있다고 하던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름 사이로 다시 해가 나타났지. 곧게 비친 빛살을 받으며 사람들이 크게 환호 했어.

 

나는 이제 생각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익숙한 존재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 하고, 나는 내 곁을 지키는 친구들을 있는 힘껏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어.

 

물고기 똥을 눈 아이

, 이게 뭐야?” 원호는 똥과 눈이 마주쳤어. 그러니까, 원호가 싼 건 똥이 아니었어. 물고기였지.

 

이거다!” 원호은 신나서 발을 굴렀어. 모르긴 몰라도 오어사에 가면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 같았지.

 

아이요?” “. 아이는 강 근처에 살면서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물고기를 잡아다 괴롭혔지. 물고기 변을 봤을 땐 천벌을 받았구나 생각했단다.”

원호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어. 지민이와 그동안 하천에 한 짓들이 떠올랐거든.

 

이 강에 물고기를 놓아주고 잘못을 빌면 용서받을 수 있어. 나도 그렇게 용서받았거든. 물론 앞으로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해.” “네 그럴게요! 약속해요.”

 

하선대 이야기

미월은 하선대에 내려와 앉은 순간 동해 바다의 아름다움에 미료됐어.

 

이곳에 다시 오려면 일 년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지. 미월은 마지막까지 남아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위에 입맞춤을 하고 올라갔어.

 

지난 칠석 때 용왕과 옥황상제가 나눈 대화가 천계에 소문나 있었거든. 소라고둥으로 자신을 훔쳐보던 이가 용왕이라는 걸 알게 된 거지. 어쩐지 미월은 다음 칠석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단다. 이 기다림의 이유가 바다가 그리워서인지, 용왕을 만나고 싶어서 인지는 자신도 몰랐어.

 

과연 용왕과 미월은 다음 칠석에 만나 사랑을 나눴을까? 여전히 바다가 육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 주는 사랑을 생각해 본다면, 정답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숲속의 도서관

남자애는 당황한 얼굴로 미래를 훑어보며 다가왔어. “아니, 네가 여긴 어떻게 왔어?” “나 책 반납하러 왔는데?” “?”

 

아래는 용계천이야. 용계천을 들여다보면 마음을 씻을 수 있어.” “마음을?”

 

.... 혹시 하얀 소복을 입은 남자아이니?” “!” 이강 선생은 싱긋 웃었다. “오는 길에 강을 보았지? 아무래도 강에 사는 용을 만난 것 같구나. 네가 덕동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용의 장난 때문 일거야.”

 

바다에서 용을 만난 날

다른 사람들은 방금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 이 해변에서 널 발견한 건 오직 나뿐이었지.

 

용을 만났다고, 그 용이 사람으로 변해서 나랑 얘기도 했다고. 몰랐겠지만 용은 여자애고, 또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여기 혼자야. 너는 오래 전에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게 됐다고 했어. 천 년마다 돌아오는 하늘이 열리는 날, 폭풍우에 꼬치를 다치고 홀로 떨어졌다고 했지.

 

벌써 우리가 만난 지도 1년이 지났어. 너는 아직도 그곳에서 사람들 눈을 피해 하늘을, 바다를 수영하고 있겠지? 가끔 외로울 때면 너도 나를 떠올려 줬으면 좋겠다. 너와 다시 수영할 날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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