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 - 스치는 생각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
이리스 되링.베티나 미텔슈트라스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발상_스치는 생각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이지연입니다.

[영감] :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국어사전에서는 영감을 일의 시작이 되는 착상이라는 점에서 아이디어와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지만, 아이디어라는 말과는 다르게 영감은 내겐 고루한 단어일 뿐이었다. 영감은 예술가들에겐 천재성을 부여하고 신비로움을 더해주며, 낭만주의자들로 하여금 뮤즈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코 뮤즈가 찾아오는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는, 나와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영감은 그 자체로 창작과 발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이었다.

나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어떤 구상이나 착상이 뮤즈나 하늘로부터 소수의 특권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안다. 같은 맥락으로 스치는 생각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라는 이 책의 부제는 이 책의 성격에 대해 꽤 많은 점을 시사한다. 영감은 외부로부터 온전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일상 속에서 스치는 생각을 얼마든지 영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먼저, 발상은 무엇인지, 그것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인지와 지각, 기억을 통해 설명한다.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과 그것에 익숙해지는 과정, 그 과정을 통해 형성된 기억이 다시 우리의 사고를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무수한 자극에 둘러싸여 있지만, 내적 표상과 습관화로 인해 주변의 상황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동조종방식과 다름없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만 집중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고착됨으로써, 우리가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되려 놓치기도 한다. 제한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단편적으로 지각하여 기억으로 만들고, 그 기억은 또다시 우리의 다음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과정은 우리의 사고를 결정하는데, 안타깝게도 발상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과는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발상의 순간, 유레카의 경험, 번쩍이는 아이디어의 계시. 이러한 영감의 순간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찾아오기에 우리의 능력 밖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발상의 과정을 잘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영감이 잘 일어날 수 있는 상태를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다.

평소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에 호기심을 갖고 포괄적인 관찰을 통해, 대상을 전체적으로 또한 맥락 속에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보다 다양한 감각적 자극과 다양한 견해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
때로, 이런 제안들은 너무나 추상적으로 느껴지는데다,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뇌과학과 심리학의 근거와 사례를 통해 발상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제안들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책의 다음 부분에서는 영감을 얻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먼저 나에게 있어 발상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묻고, 무작정 걸어보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의 방법을 참고할 수도 있다.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의 영감의 역할에 대해 추적한다. 갑자기 쏟아진 계시라든지 뮤즈를 기다리는 등 예술가들에게 있어 영감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예술가가 어떻게 영감이라는 신비로운 베일을 둘러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설명되어 있다. 이는 곧 영감에 대한 우리의 심리적 장벽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감과 발상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꾸며져 있지만, 결국 이 책은 창조성에 대해 논하는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영감, 착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영감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무엇을 위해 내게 영감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대한 충분한 대답과 이 책을 통해서라면, 당신에게도 곧 그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의식적이고 광범위하게 인지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의 열쇠는 포괄적인 관찰 방식, 즉 ‘집중적 인지‘라고 불리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집중적‘이라는 말은 오로지 특정한 한 가지 측면이나 디테일에만 관찰을 국한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황이나 관찰 대상을 전체로서, 그리고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일종의 세계 지식을 가지고 있다. 세계 지식이란, 이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다양한 원칙과 신념을 무수히 모아 놓은 지식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지식은 삶이 시작하면서부터 축적되며 무엇보다도 도덕관념과 가치, 우리가 가진 세상의 이미지를 위한 초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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