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엽충, 양막류, 새(조익류), 코끼리.
이 책의 소재들입니다.
'고생물'은 실제로 매우 폭넓은 주제입니다.
역사 이전에 사라진 생명들과 오늘날의 생물을 낳은 조상들의 서사는 긴 시간에 걸쳐 지금의 생명과 자연을 그려냈습니다.
그 미지를 탐구해 생명의 대서사시를 그려내고자 하는 욕망이야말로 고생물학에 대한 호기심의 원천이 아닐까요.
그러나 우리는 대서사시를 이루는 톱니바퀴들에 대해서 놀랍도록 무지하고 또 무관심합니다.
대부분의 서적은 거대하고 포악한 소위 '카리스마 넘치는 것들'의 신상명세에 집중할 뿐,
사라진 톱니바퀴들과 각자의 역사에 대해서는 도통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이 책은 네 부류의 동물들이 지구 역사에 걸쳐 진화해 온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함께 대지와 바다를 공유한 다른 생물들도 소개하고,
오늘날 동물을 토대로 엿볼 수 있는 진화의 증거도 이야기합니다.
삼엽충류, 양막류, 조익류, 장비류.
누구 하나 인기 있는 종류가 아닌 데다 국내에서 이 동물들의 진화 역사를 자세히 다룬 책은 여지껏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덕후들의 입을 통해 몇 종의 이름이 언급될 뿐이죠.
그러나 <Go! 생물 탐험>은 각 생물 부류에 대한 깊은 애정을 토대로 이 과업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하나하나 읊을 수는 없으니 자세한 소개는 불가하지만 대상 연령의 한계로 인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정보가 풍성하게 담겨 있으며,
지나치게 최근에 갱신된 분야가 아닌 한 제작 시점의 최신 가설을 반영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진하게 엿보입니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새로운 고생물/진화 도서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직접 그린 삽화 역시 작가의 생물에 대한 관심(소위 '덕력')이 진하게 엿보이니,
복원도 하나하나를 그릴 때 어떤 고민과 참고자료가 뒷받침되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즐거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