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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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도둑놈아!' 누가 뒤에서 그렇게 부른다면 백 사람 가운데 아흔아홉은 돌아볼 세상이건만 한 사람만은 묵묵히 자기 길을 갈 것이니 그의 이름은 바로 이치도다.'

소설의 첫 두 문장을 읽어 보면 이치도는 성인(聖人)이거나 살인자일 수는 있을지언정 `도둑놈만은 결단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이치도는 도둑들의 물건을 훔쳐온 '도둑 중의 도둑'이다. 그렇다면 그는 홍길동이나 임꺽정 같은 의적인가. 그는 물론 나름의 철학이랄까 좌우명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거창하게 의적이라고까지 불릴 만한 인물은 아니다. '인생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훔칠 것이 있고 훔치는 게 재미있고 훔쳐서 좋은데.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그것이 이치도의 인생관이었다.

<순정>은 학교를 빼먹고 동네 만화방의 돼지저금통을 훔치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가히 나라를 뒤흔들 만한 규모의 큰 도둑으로 성장하기까지 이치도의 파란만장한 반생을 다루고 있다. 제목은 이치도의 스승 왕확 선생의 수양딸 왕두련을 향한 치도의 한결같은 그러나 메아리는 없는 마음을 가리키는 듯하다. 그것은 동시에, '물건의 소유자가 방심하는 틈을 타서 그 물건을 훔쳐서 자신의 소유물로 만든다'는 도둑질의 정의에 충실한 치도의 항심(恒心)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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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동경 여행
김명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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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여행기 틈에 끼인 이 책을 보고서.. 정말 놀랐다. 잡지에서 가능한 이런 책이 있었다니!! 역시, 이책을 낸 사람은 KIKI라는 패션 잡지의 기자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정말 필요한 정보를 담아놓았다. 거기다 올칼라의 사진들과 지역별로 세분화하여 갈 수 있는 옷가게와 음식점.. 등 일본에 여행갈 때..꼭 가지고 가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책이 작은 사이즈인 관계로 사진도 아주 작아서 보기불편했고.. 2001년도 판이라.. 지금과는 좀 달라진 점이 많을 듯 해서..역시 이런 내용은 인터넷상에서 계속 업뎃을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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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센트
다구치 란디 지음, 오희옥 옮김 / 한숲출판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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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유키는 오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집으로 내려 간다. 다구치 란디가 그리는 가정은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 여기선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다움이 결여된 가정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무식하고, 욕을 서슴치 않으며 자신의 무능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한마디로 문제인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오빠는 어린시절부터 집안의 골칫거리로 컸다. 그리고 폐인생활로 아버지와의 다툼이 심해지자 유키는 오빠를 그녀의 아파트로 데려와 좀더 정상적인 삶을 요구한 것이다.

그녀는 대학시절 심리학을 공부했던 것을 경험삼아 오빠를 정상인으로 바꿀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빠는 바뀌고 싶어하지 않았고.. 유키는 점차로 답답함을 느끼고 오빠를 외면한다. 무더운 여름 며칠 째 방치된 오빠의 시신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고.. 이후, 유키는 시체 썩는 냄새와 오빠의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유키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대학시절의 심리학 교수, 정신과의사, 점쟁이를 찾는다. 그녀의 오빠가 겪었던 종류의 고통을 겪으면서 유키는 차츰 오빠를 이해하게 되고, 그들 남매는 새로운 종류의 샤먼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어쨌든 인간을 콘센트로 생각할 수 있던 작가의 발상이 실로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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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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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신혼 전용 아파트에서 우연히 동거하게 된 5명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제목과 달리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주인공들은 화려한 퍼레이드와 상관없는 다소 어정쩡한 생활을 하는 중이다. 이 들은 각기 전혀 다른 생활을 하면서도 같은 생활공간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그다지 친하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전혀 타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지하는 관계이다. 그래서 각기 5명이 주인공이 되어 옴니버스식으로 자신의 좀더 깊은 면을 얘기한다.

나 역시 하루의 반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음 속의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으므로 참 공감가는 면이 많았다. 요시다 슈이치의 경쾌한 글 솜씨는 별다른 상황이 진행되지 않는 동안에도 지루하지 않게 느껴져서 좋았다. 결말에서 나오키의 범죄(?)가 밝혀졌을 때는 정말 경악을 금치못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동거인 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색하지 않은, 의식적으로 서로의 깊은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더욱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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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둘러싼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박영 옮김 / 열림원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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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둘러싼 모험>에서 다루는 모든 소재는 암호화되어 있다. 하루키만의 독특한 언어로써 구체화된 이 암호들은 그의 여러 소설에서 등장하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어야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에서 양은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친구 '쥐'가 남긴 사진 속의 양을 찾아서 홋카이도로 여행을 하게 되는데,북쪽의 추운 홋카이도는 어두침침하고 단절된 공간이다. 친구인 '쥐'는 자신 속에 들어온 양의 무서운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그곳에서 스스로 격리된 것이다.

주인공은 단서를 찾으려고 머문 낡은 호텔에서 양박사를 만나, 마침내 '쥐'가 머무르고 있는 별장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는 양이 존재하지 않는다. '쥐'는 양과 함께 이미 자살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역할을 잃고, 무작정 무언가 결말을 기다리게 된다. '양 사나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의 등장으로 이 사람이 혹시 '쥐'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때.. 쥐는 '양 사나이'의 몸을 빌어 그가 이미 이세상의 사람이 아님을 알린다.

다음날 주인공은 그대로 별장을 내려오며 그에게 이 모험을 의뢰한 거물급 인사와 마주친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그 거물급.. 이 어째서 그에게 이런 일을 맡긴것인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채로.. 그에게서 사례비로 받은 돈을 그는 오랜 친구인 제이에게
'쥐'와 제이, 그리고 주인공의 공동명의로 바를 운영해 줄것을 부탁하며 끝을 맺는다..몇번을 다시 읽어 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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