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벅지의 상처는 바로 생식 능력에 상처가 났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관계를 맺는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현대의 수많은 문학작품은 영웅들이 겪는 상실과 소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왔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이의 얼굴에서도 이런 소외감을 읽을 수 있다. 어부왕의 상처는 바로 현대인의 대표적인 특징인 것이다. '어부왕의 상처'를 앓고 있는 남성의 곁에 있으면서 이런 신음을 목격하지 못하는 여성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여성은 남성이 미처 자각하기도 전에 남성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여성은 남성들에게서 잊혀지지 않는 상처와 불완전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남성이 종종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리고 절박함을 완화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어리석은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다. -20, 21쪽
...칼 융의 심리학적 유형론에 따르면,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사고, 감정, 감각, 직관의 네 가지 기능 중에 어느 한 기능이 우세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 사람의 기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또 우세한 기능에 반해 열등한 기능도 있다. 거의 모든 삶의 가치가 우세 기능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런 식으로 정신이 발전하고 강화되면 될수록 우리는 어부왕의 상처를 겪게 된다. 우리 내면에서 분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열등한 기능이 결국 어부왕의 상처를 치유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심리학적인 표현을 신화에서는 세상의 끝이랄 수 있는 웨일즈에서 태어난 '순진한 바보(innocent fool)'가 가장 교육받고, 문화적 혜택을 받고, 우월한 어부왕을 치유하게 된다고 묘사한다. -29쪽
행복의 본질에 대해서 현대 서구의 남성들이 근본적으로 오해하는 점이 있다. 어원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행복(happiness)이란 단어는 '그냥 일어나다(to happen)'라는 동사에서 유래했다. 이는 행복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내면에서 피어나는 것임을 암시한다. 우리들보다 덜 복잡한 곳에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64쪽
... 융은 말년에 상당한 시간을 3과 4가 지니는 상징을 연구하면서 보냈다. 그는 인류의 의식 수준이 3에서 막 4가 나타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1948년 가톨릭교회가 새 교의에서 남성적인 요소로만 구성된 삼위일체에 성모를 포함시켜 성모마리아를 천국에 자리매김한다는 뉴스를 발표하자 이 소식에 환호했다. 융은 이로써 너무나 많은 불안과 갈등을 불러온 서구사회의 불완전한 발달단계가 완성되었다고 느꼈다. 상징이 실질적으로 힘을 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징이 먼저 등장하고 나서, 그 영향력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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