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94
박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팔


당신의 팔 속에서
강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사람이 사랑을
사랑이 사람을
못 믿고
사랑을 사람이 두고
못 믿고

강물 속에 고기가
고기 속에 고기가
흐린 불빛 떠다니는
정육점 같은 팔 속에
나는 있고
고기 같은 강물 속에
당신은 있다

물살이 저녁 강 연안 지대에 부서진다
저녁 강물의 테이블엔
식빵 가루 점점이 흩어져 있다
어디선가 날려온 은빛 깃털이
물살에 떠밀려간다
울음 한번 짧게 울곤,
다른 데로 날아가는 두루미 부리같이

나는 당신의 팔 속
강물에 떠다니는
부스러기를 찍어 먹고
살 속의 창에
가슴속에 두고 아껴온
입맞춤을 하고 나는 언제나
당신의 팔에서 타인을 사랑한다
언제나 당신의 팔 속에서 죽는다
-96, 9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