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틀러에 의하면, 금지와 억압이 이성애적 정체성의 구성요소인데 이때 억압되는 것은 보편적인 욕망이 아니라 동성애적 욕망이다. 즉 일관된 이성애적 정체성을 얻기 위해 최초의 동성애적 리비도 집중이 포기되고 이성애적 문화 속에서 동성애적 애착의 상실을 슬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애도 되지 못한 것은 완전히 떠나보낼 수 없게 되어 우울증적인 형식으로 자아 안에 합체되어 있다. -228쪽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당신의 책임입니다"라는 J.바이텔의 말은 이분법적이지 않은 사회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265쪽
여성주의는 이미 사랑이다. 사랑 없이는 여성주의자가 될 수 없다. 피해의 경험을 한 여성이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자기비하가 아닌 자기긍정의 여성주의자가 될 수 있는 것이고, 고통받는 다른 여성들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사회구조적 차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랑이 이분법에 대한 집착에서 얼마나 벗어나느냐에 따라 그 효과와 효율성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분법이 남아 있는 정도가 곧 책임을 지지 않는 정도와 같기 때문이다.-267쪽
그러나 이분법을 해체하는 길에 들어선 이상 여성주의는 어떤 형태로든 자가당착의 문제와 끊임없이 직면하게 된다. 여성주의가 아니더라도, 이분법과 '싸우는' 모든 형태의 노력들은 언젠가 자신의 총구가 한 바퀴 돌아서 자신에게로 겨누어지는 상황에 이른다.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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