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주파수 창비시선 327
김태형 지음 / 창비 / 2011년 2월
장바구니담기


디아스포라



시베리아 유형지의 죄수들에게는
단 한 순간도 혼자 있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손톱에 파란 얼음달이 뜨는
더러운 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혼자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진정 혼자가 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무슨 꿈을 꿀지 모른다
차가운 마룻바닥의 어둠 속에서
어떤 괴물이 태어날지 모른다
죄수 안에 또다른 죄수가
이제 막 탄생하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외로운 것은 혼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토록 괴로운 이유는
당신을 끝내 그리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