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벼랑은 더 내려갈 수 없을 때 나타나는 것 아니다
벼랑은 더 오를 수 없을 때 나타난다
삶이 썩은 생선 내장 같은 바닥을 칠 때
더 이상 내려갈 곳 없어 죽어야겠다고 결심할 때
아직 당신은 벼랑을 보지 못했다
벼랑은 피해 가는 벽 아니다
벼랑은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벽이다
벼랑은 오르지 못하는 사람의 것 아니다
벼랑은 벼랑에서 떨어져본 사람의 것이다
당신이 벼랑에 서본 적이 있다고 말할 때
그곳에서부터 한없이 추락하여야만 만날 수 있는
당신의 진짜 벼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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