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 인생 후반, 나를 완성하는 삶의 기술
이승헌 지음 / 한문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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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라'는 말이 있다.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 인식이 깔려있는 단적인 표현이다. 오래 살수록 몹쓸 병에 걸려 비루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부정적인 주술과도 같다. 반면, '짧고 굵게 산다'는 말이 있다. 나이에 연연치 않고 자신의 뜻대로 정열적으로 산다는 것인데, 멋진데다가 쿨한 냄새마저 풍긴다.

우리는 생애주기에 따라 삶의 가능성이 차단된 사회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나이(노년) 차별'을 뜻하는 연령주의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나이를 든 사람을 바라보는 내 시선 또한 그렇다. 30대 중반이 되고부터 젊은 친구들이 가진 '풋풋함'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탄력을 잃고 주름져가는 얼굴과 비교될 때마다 왜소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젊음은 모험과 열정, 상상력과 용기를 상징하지만, 노인이 그랬을 때는 180도 달라진다. 나이값 못하는 주책맞고 주접스런 것으로 쉽게 치부되고 만다.

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땐 120이라는 숫자가 가늠 되지 않았다. 40대 초반인 내게 120살은 먼 나라의 일이자, 남의 이야기였을 뿐, '120살까지 산다는 게 가능해? 그렇게 오래 살아서 뭐하지?' 당장 드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나이는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평균수명이 달라지듯 나이도 사회적 관습에 따라 의미와 해석이 재구성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저자는 '나이듦'에 대해 주객이 전도된 인식을 바로잡아 주었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 먹은대로 몸과 정신을 다스려라'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120살은 머리로 타산한 것이 아니라, 원대한 꿈을 품은 가슴에 의한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참 근사하게 느껴졌다. 영혼 완성의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우뚝 선 고목, 온 몸의 주름살과 상처를 딛고 세상을 품어주는 깊고 푸른 노년의 삶을 설계하는 것 말이다.   

꿈이 있고, 그 꿈을 떠밀고 갈 힘이 있는 사람은 노인으로 호칭되지 않는다. 물론 그 사람은 스스로를 노인으로 위치짓지 않는다. 훌륭한 인격과 매력을 지닌 사람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완고하고 뒤쳐진 '다른 인간'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늙어감'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에 당당히 맞서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공포와 불안함 보다 더 큰 비전과 책임감을 당당히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나이에서 시작했지만, 전 세대를 향한 '인생지침서'다. 건강, 행복, 평화를 창조하기 위한 원리와 방법이 완벽하게, 풍성하지만 촘촘하게 담겨있는 화수분과도 같다. 그리고 노년에 대한 깨달음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몸소 보여주고 있기에 무엇보다 진실하게 다가온다.

특히,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힘든 과제를 꾸준히 수행하라"(바렛교수)는 말이 뇌리에 박혀 있다. 심신의 피곤함 같은 불편함은 생기지만, 더 날카로운 집중력과 더 높은 집중력으로 정신적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내가 겪는 심신의 고통 보다 더 큰 보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받은 것 같아 용기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120살까지 살기로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두려움, 슬픔, 분노에 빠져 행동을 주저할 때마다 영혼의 힘을 믿고 일어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저자가 진심으로 멋있는 분이라는 걸 느꼈다. 우리 사회의 '황금같은 120살 노년'의 롤모델이 되어주리라는 굳은 믿음이 들었다. 지금껏 책에서만 접했던 분을 이제 직접 만나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담겨있는 글을 소개한다.

"인간은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지만, 인간의 마지막 자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고 자신만의 길을 결정할 수 있는 그 마지막 자유만은 빼앗길 수 없다"
-빅토르 프랑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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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 2012년 통합진보당에 무슨 일이 있었나?
김인성.이병창.김영종 외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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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진보적 이슈를 집어삼키며 4개월 진보진영을 수렁으로 빠트린 통합진보당 사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뺑소니 사건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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