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류진 작가의 소설들은 참 간결한데, 강렬하다.
_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소설 읽기가 힘들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미묘한 관계와 감정을 소설로도 마주하기가 피로해졌다. 그래서 왜 사람들이 에세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건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_
그럼에도 장류진 작가의 소설들은 자꾸 찾아 읽게 된다. 작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실린 「일의 기쁨과 슬픔」을 단숨에 읽고나서 그의 작품들이 늘 궁금했다. 내 기준 장류진 작가만큼 하이퍼리얼리즘을 쓴 소설은 없었기 때문에.
_
일을 하면서 마주하는 것들,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일할 수 밖에 없는 애잔함, 을의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는 부당함, 회사 내에서 무시 받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가치와 효용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과 그 내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치열함을 소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_
소설집에 수록된 「잘 살겠습니다」는 '나'가 무능력하다며 내심 무시했던 회사 동기에게 딱 받은 만큼 철저하게 계산하여 결혼 선물을 주고, 동기는 그 선물을 너무 좋아하며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까지 변경한 모습을 통해 가장 거친 일터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을 만났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우리는 일터에서 사람에게 그렇게 냉정해지는 걸까?
_
내가 일을 시작하고 만났던 얼굴들을 떠올린다. 얼마나 내가 싫었을지, 나는 그들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다시 만나고 싶진 않지만, 만나지 않아도 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그건 미안했단 인사와 그건 너무하지 않았냐는 시덥지 않은 무미건조한 미소를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