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 - 구로동맹파업의 주역들, 삶을 말하다
유경순 엮음 / 메이데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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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또 다른 나의 이야기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공통된 사건을 경험한 뒤 어떤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까? 그리고 그 경험은 그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나는?

이 질문들은 이 책의 시작점이고 마지막 지점이 되었다. 사건을 만들어낸 개인들은 또 역으로 그 사건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맡아 삶을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역사의 한가운데 있던 개인들을 모아내고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일까? 《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내 경험을 통해 기억해본 그 ‘무엇’은 바로 부당함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의문이었다. 다 똑같은 사람인데 가진 자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무엇인지를 평생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의문, 평생을 바쳐 열심히 일한 대가로 해고된 노동자들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가 더해져 더욱더 큰 억압과 시련을 견뎌내야하는 여성노동자들 등 아무리 생각하고 이해해보려고 해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과 부당한 것을 경험하며 느낀 분노가 결국 지금의 내가 있게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로동맹파업이 있던 1985년과 불안정한 노동과 살인적인 물가 인상 등이 서민들의 목을 점점 조여오는 2011년은 얼마만큼 달라졌을까? 그리고 현장으로 나가는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주체성을 확인하며 세상에 맞설 준비가 되어있을까? 한국의 20살은 대부분이 대학에 입학해 가장 먼저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폭발적인 등록금을 내라고 이야기하는 고지서의 압박이 느껴지고 학교를 다니는 내내 취업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다.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서둘러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으로 향한다. 이렇게 개인과 개인은 서로 단절되고 분노를 느낄 시간도 없이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의문과 분노를 확인하고 경험하지 못한 개인은 취업을 하고 노동자로 살아가면서도 단절된 관계 속에서 분노와 의문을 저 깊은 구석탱이에 치워놓고 만다.


분노하고 의문을 가질게 넘쳐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로동맹파업을 통해 다시금 자신을 확인한 노동자들처럼 우리들은 어떻게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2011년 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를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다시 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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