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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올해 읽은 책들 중에 파격적이었다고 생각했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파격적인 논픽션 작품을 만났다. 칠레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슈바라츠실트, 그로텐디크, 모치즈키 신이치 등 과학자와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대담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과학자들의 이름도 몇 명만 알 뿐이고 사실 그들이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도 잘 모른다.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은 들어는봤다. 그런데 이 소설은 내가 마치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슈뢰딩거를 잘 아는 것마냥 착각하게 만든다. 그들의 치열한 논쟁을 과학을 잘 모르는 내가 고개 끄덕이며 그렇죠 동조할 것만 같다. 이런것이 이야기의 힘일까. 하지만 정말 잘 모르기 때문에 책의 어떤 부분이 허구이고 또 어떤 게 진실인지는 모른다. 책 말미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첫 장에 나오는 프러시안 블루만이 한 문장을 제외하고는 진실이라고 한다. 다른 이야기들은 객관적인 진실 속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었다고 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과학을 잘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뭐가 진짠지 허구인지 아리송하면서 읽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술술 읽힌다. 재밌기까지하다. 슈바라츠실트의 방정식과 슈뢰딩거의 이론 등 잘 모르지만 잘 읽힌다. 하지만 오히려 대부분 진실이라는 프러시안 블루가 읽기가 답답했다. 아니 이거 진짜인 거 같은데 하며 읽었더니 정말 대부분 실화였을 때 그 갑갑함이란. 사람들을 매료시킨 푸른색 안료가 대규모 살상무기까지 가는 파괴적인 과학의 역사까지 그려낸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낸 다른 이야기들은 재밌었다. (나만)생소하게 느꼈던 어렵게 느껴졌던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의 은밀한 삶을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그들도 사람이니까 객관적인 업적 그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은 거다. 그리고 작품에 나온 인물들과 사건을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