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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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대불호텔의 유령을 읽기 전에, 작가의 코멘터리 북을 먼저 읽었다.

스포일러는 원하지 않았으니 정확히는 코멘터리 북 안에 수록된 단편 소설 '니꼴라 유치원'만 먼저 읽었다. 단편을 쓰기 전의 작가가(소설 속 인물이며 강화길 작가는 아니다) 화자로 나오는 이야기이니 본편과 큰 연관이 없고 나중에 읽어도 무방하다. 

강화길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했던 터라 소설의 이런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호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


 예전부터 괴담이야기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미스터리 하면서 어떤 비밀과 사연을 품고 있을까. 여기서도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건물, 역사 속에 숨겨졌던 인물의 이야기 등... 처음엔 흥미진진 했다. 특히 초반에 나오는 문용 옹주의 이야기가 그랬다. 서로 황제의 숨겨진 딸, 옹주라고 칭했던 여자들. 처음으로 주장한 여자가 떠나고 새로 나타난 여자는 사기꾼 취급을 당했으며 시체로 발견될 만큼 외롭게 떠났다. 화자가 그랬듯이 타인에게는 그렇게 떠나간 이의 이야기는 호기심이었고 흥미거리였다. 떠나간 이의 외로움, 억울함이었을까, 분노였을까 아니면 화자의 죄책감이었던걸까 그 집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옥죄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끔찍한 목소리들은 악의 그자체 였음을 느낀다.


악에 받쳐 분노를 머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의가 나를 잡아 먹은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내가 악의를 품고 있었던 것일까. -P.58


분노에 휩싸이면 주변의 것들이 들리지 않고 볼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악의에 북받쳐서는 내면을 들여다 볼 여유조차 없어진다. 그 쌓이고 쌓인 원한은 남을 해침으로써 전해진다.

그리고 귀신이 들렸다는 호텔. 대불호텔에서도 그 섬뜩한 목소리가 묘사된다. 


 호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정체는 뭘까 호텔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서로 의심하고 미워하고 원한이 쌓이는, 다소 흥미진진하게 느꼈던 이야기는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의 이야기였다. 이야기에만 집중했던 탓일까 뢰이한이 차별을 받으면서도 가문 사람들과 같이 떠나가지 않고 중화루에 혼자 남아있었던 이유며, 박지운이 그렇게 남자들을 미워했고 그 분노가 고스란히 딸에게까지 전해졌던 이유들.. 처음에는 다소 아쉬웠다. 호러소설을 생각하고 읽었더니 끝에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책을 다시 펼쳐 보면서 한 캐릭터마다 집중을 하며 다시 읽어 내려가니 개인의 이야기가 보였다.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들. 뢰이한을 비롯해 호텔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과 박지운 각 인물들을 다시보니 사연들이 다시보였다. 감정에 뒤엉켜 분노로 글을 시작했던 화자처럼 성급하게 봤던걸지도 모르겠다. 결국엔 사랑이었음을. 내면에서조차 의심했던 화자가 마지막엔 화해하고 진심을 전했던 것처럼 과거에도 서로의 마음이 전해졌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여담이지만 이 책을 밤에 읽었는데, 비명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이웃집에서 나오는 소리겠지만 소설에 몰입될 정도로 약간 무섭게 들렸다.

작가로부터 대불 호텔에 초대 받은 기묘한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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