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감정표현과 묘사가 섬세해서 따뜻한 햇살과 떨어지는 꽃잎이 생각나는 특유의 분위기와 풍경이 그려지면서 장면장면들이 상상이 갔다. 아름답고 먹먹한 느낌을 담아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소설이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길다면 긴 제목이지만 다 보고나니 이 소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기도 해서 책 소개글을 다 읽었지만 아예 모르고 봐도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그들의 사연이 그게 다가 아니기에...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 특별하게 보여졌다.


무미건조하던 일상을 보내던 남학생 가미야 도루. 학년이 바뀌고 다른 학생을 도와주려다 뜻하지 않게 다른 반 여학생 히노 마오리를 만나게 된다. 

시켜서 하게된 고백, 그리고 바로 고백을 받아들여 사귀게 된 히노는 가미야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여자애였다.

유사 연애 관계에서 서로를 알아가지만 더이상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아야만 했다.


우리는 연애관계이되 연애 관계가 아니었다.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따져보면 애초에 내가 히노에게 폐를 끼쳤다. 히노가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사 연애 관계에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형태가 사실을 만드는 걸까 아니면 그런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서서히 히노와의 관계에 의해 달라져 가는 나 자신이 곤혹스럽게 느껴졌다.


가미야의 고백에 이어지는 히노의 고백.

이제껏 가미야의 이야기로 흘러갔던 소설은 히노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낯선 하루가 시작된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의 기억이 사라지는, 매일매일이 그런 하루가 반복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히노는 매일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사고를 당한 기억마저도 없다. 히노의 기억은 사고를 당한 전 날까지 이기에, 전 날 쓴 일기와 메모를 읽고 낯선 상황에 적응해가며 그 날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날 남학생이 고백한다. 히노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지 노력해보자고해서 고백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사귀기 위한 조건은 히노에게 사정이 있었기에 내걸어야만 했다.

기억을 할 수 없는 히노였지만 일기들을 읽어가며 기록은 쌓여져 갔고, 가미야에 대한 마음은 달라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히노의 사연을 알게된 가미야는 히노에게 받은 만큼 히노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려고 한다.

내일의 히노들을 위해 매일매일 특별한 데이트가 시작된다. 

 

"도루, 전이랑 좀 달라진 것 같아."

그 말은 다시 말해 수첩이나 일기에 적혀 있던 내 인간성과 지금 나 사이에 차이가 생겼다는 뜻일까, 그 변화가 기뻤다.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을 주고 구원을 받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다.

특별하다면 특별한 소년소녀의 이야기 한번 들여다 봐도 좋을 것 같다.

한 여름 밤에 읽으며 오늘의 하루는 어땠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되었던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