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건축주는 호구다
장석권 지음 / 좋은땅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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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전원주택. 아니 누구나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나는 그렇다. 어린시절에는 단독주택에 살았고, 아빠의 회사의 이동에 따라 이사를 다니며 아파트에도 살아보고, 이런집, 저런집에서 살아보았지만 나는 내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우리집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엄마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그 시절이 좋아서 그런거 아니냐며 엄마는 지금이 더 좋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같은 공간에 있어도 취향이 다르니 자신이 원하는 집이 각양각색일 것이다. 내가 그때 그시절이 행복해서 마당이 있고 강아지를 키우며 지냈던 나의 어린시절의 집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전원주택에 살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결혼 후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직접 관리해야하는 나이에 살게된 곳이 아파트여서 아파트의 불편한 점만 보이는 것일 수 도 있고 이유는 많을 것이다.

TV에서 도시를 떠나 전원주택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 보면 전원주택이 주는 로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요새는 누구보다 빠르게 그렇게 전원주택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착한 건축주는 호구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저자는 자신이 시골에 집을 짓고 팬션을 지으며 겪었던 고충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건축은 모르지만 내 집을 내 스타일로 짓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나중에 금전적인 여유가 된다면 내 집은 내가 짓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때문이다. 최근에 지인이 3층짜리 건물을 올렸다. 1층은 상가 2층은 부모님, 3층은 지인가족이 살 집을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그때 그분이 집은 지어진거 사라면서 충고를 해준 적이 있다. 건축 초기부터 맘고생, 몸고생을 한 것을 옆에서 봐왔던터라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지만, 또 타운하우스를 구입했는데 건축폐기물이 마당에 뭍혀있고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 물난리가 났다는 얘기들이 주위에서 들려올때면 집을 직접 지어야 저런일 안 당하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인생계획에서는 저자가 어떻게 양평에 전원주택을 짓고, 가족 전용 숙박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2장 토지 구매부터 본격적인 집짓기의 시작이 열린다. 3장 토목공사와 4장 건축설계와 건축계획, 5장 기초공사, 6장 골조공사, 7장 외장마감, 8장 내장공사, 9장 기본인테리어, 10장 조경까지 이 책에서는 집짓기의 뼈대를 알기 쉽게 경험을 토대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2장 토지 구매부터 새로운 정보들이 많았다. 도시와 시골의 부동산 시스템이 다르구나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토지를 선택할때 알아야 할 팁들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3장부터 어찌 되었는 토지를 구매하고 이제 본격적인 건축을 시작해야 하는데.. 하.. 정말 읽는 내내 답답했다. 공인중개사-토목설계사-토목공사업자 끼리 똘똘뭉쳐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축주를 호구로 만드는 그들의 행동에 내가 다 화가 났다.

그리고 정말 집짓는다고 하면 건축설계만을 생각했었는데 토목설계라는 것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을 뿐만아니라 토목설계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 도로에서의 진입로, 돌담의 높이, 집에서 나오는 물이 나가는 방향등을 토목설계에서 하는데, 저자가 못된 토목설계사에게 걸려서 그 부분을 강조한 것은 아닌 것같다. 아니.. 못된 토목설계사를 만났기때문에 더 중요하다고 느끼신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저자의 상황을 읽으니 토목설계가 건축설계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자의 팁은 공인중개사는 토지 구매까지, 토목설계는 해당 지역에서 실적 많은 설계사, 잘 모르겠으면 군청 앞에 가장 큰 토목설계 사무소, 토목공사는 군청에 등록된 업체를 이용하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꼭꼭 명심해야 겠다. 토목공사가 끝난 토지라면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돈과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고, 마을 주민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라고 알려주고 있는데 이 말만 들어도 저자가 겪었던 고충이 와 닿았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 "계약을 한 이후부터는 내가 돈을 내는 을이고, 설계사무소가 돈 받는 갑이 된다." 설계사무소 뿐이겠는가....

올해 화장실 리모델링을 했는데... 정말 이 말이 공감이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지적하면 혹시라도 공사를 엉망으로 할까봐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눈치를 보게되는 황당한 상황에... 화장실 하나만해도 이런데 집을 짓는것은 어떻겠는가.. 책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사실. 건축업자가 자기 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공정별로 다 개인 사업자고, 공사가 있을 때마다 서로 협력하여 일하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집 화장실 리모델링때도 그랬던 것 같다. 업자가 철거와 방수 업체, 타일업체에 의뢰를 해서 연결해주는 것이었다. 다른곳 보다 돈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아메리칸스탠다드로 변기, 세면대, 샤워기까지 다 하기로 계약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자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재를 다른것으로 바꾸면 자재값을 더 깍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계약서에 책정된 자재는 아메리칸 스탠다드는 자기가 싸게 구입해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자재로 바꾸더라도 자재값은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황당하기가... 그렇다고 공사를 엎을 수도 없기에 그대로 진행했다. 뭐.. 어쨌든 공사완료 후 샤워기헤드가 새것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옆으로 새서 A/S 전화를 했더니 샤워기 헤드 교체가 일주일 넘게 걸렸다. 그것도 연락이 제대로 잘 되지도 않았다.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이 업자는 자신의 인건비를 넣었기 때문에 다른 곳 보다 비싼 공사비가 나왔고, A/S도 자신의 회사, 팀이 아니라 업체에 의뢰를 한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 이외에도 집을 지을때 계약방법(평당계약X), 평당 400만원에 집을 지어주겠다고 하는 건, 평당 400만원의 자유이용권이 아니고 최소한의 비용인 입장료이다.

기초 공사가 단순히 바닥에 시켄트를 붓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설비 배관, 전기방향이 결정이 나기 때문에 자신의 집의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지 자재등도 완벽히 정해 놓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 두루뭉실한 계약은 체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등등 어느 단계까지는 결정해 두는 것이 좋은 지, 단열, 인테리어, 조경까지 여러가지 좋은 팁 들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고, 건축과정을 사진과 같이 설명해 주고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것같다.

저자는 본인의 집을 비롯해 팬션업을 위해 2채의 집을 더 지으면서 쌓은 스킬, 팁, 등이 가득하다. 확실히 저자의 두번째 집은 목조로 좋은 인연의 골조대장과 함께 좀 더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직접 본인이 건축소장이 되어서 짓게 된 이야기도 함께 실려있다. 무엇인지 모르고 시작했던 첫 건축에 비교해 많은 경험과 좋은 인연들로 건축비용도 아끼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지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집을 직접 짓는다는 것은 정말 내가 벽돌 하나하나, 페인트 칠하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직접 짓는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건축의 전체 과정을 꿰뚫고 각각 필요한 분야에 사람들을 고용해 쓰는 역할. 즉 자신이 건축소장이 되어 짓는 것. 역시 자신이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른 집을 몰라도 내가 살 집인데 자신이 직접 짓게된다면 얼마나 보람되고 사랑스러울까? 이 책은 건축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집의 구조를 알게 됨으로써 나중에 집의 리모델링이라던가, 보수공사시 업자와의 계약과 혹은 공사시 업자와의 대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나도 리모델링 전에 이 책을 읽었었다면... 하고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건축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기 쉬웠고 알찬 정보들이 많은 책이다. 내 집을 지을 분들은 물론 집을 짓지 않는 분들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업자들에게 호구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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