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정원
샌드라 로렌스 지음, 김지영 옮김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관심있었던 주제여서, 딱 맞는 컨셉으로 출간되어 좋다. 마녀에 대한 이미지 중 식물을 잘 알고 약용, 독약 등으로 사용할 줄 아는 이미지가 있다. 현대로 치면 전문가인 셈. 아주 만족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의 귤이라니? 봄의 귤이 있고, 가을이나 겨울의 귤도 있다는 말인가? 제목 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매력적인 제목이 아닌가 생각했다. 귤색이 하단에 은은하게 마치 노을같기도 한 귤즙이 팡팡 터진 듯한 표지그림을 보니 저절로 침이 고였다.

저 위에 아주 따뜻하고 안온해 보이는 스윗홈과 여학생, 초록 초록한 숲의 색들이 마음에 들었다.


줄거리는 출판사나 책소개에서 충분히 소개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 요약은 힘들 것 같아 따로 요약하지는 않겠다. 

 

처음부터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을 암시하고 남겨진 가족들, 친구들, 학교생활이 뭔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한다. 노환이나 장수한 끝의 죽음이 아닌 모든 죽음은 가까운 가족이 아니라도 가슴을 고드름으로 찔리는 듯, 얼음이 박히는 듯 찌르르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궁금하고 기대하며 읽었다.

가상공간에 남겨진 죽은 사람의 흔적이라니 약간의 충격적이었다. 살아 있든 죽었든 다른 사람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이 그렇게 유쾌한 경험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되는가 하는 꺼림찍함도 있다. 여튼, 열 세 살 차이가 났던 형의 흔적을 형의 나이쯤이 된 동생인 혁이 더듬듯 추적하지만 형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가까운 타인이었던 부모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 친한 친구의 기억, 첫사랑의 기억, 담임교사의 기억이 제각각이다.

혁은 형의 존재를 오히려 형의 부재인 상태에서 확실하게 간직해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한 사람의 존재는, 퍼즐맞추기처럼 마지막 조각을 다 맞췄다고 해서 전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비밀 한 조각을 남겨둔 채 덮어두게 되는 것은 아닌가한다. 이 소설에서는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보다 죽었지만 '있는' 형과의 관계가 더 강한 것 처럼 느껴진다.


추리소설처럼 비밀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 듯한 전개가 몰입하며 읽게 되었다. 초반부터 여기 저기 아주 작은 대화, 단어 등에 숨겨 놓은 단서를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특이한 구성이 눈에 띄었는데, 해송이의 편지가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구조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해송이의 캐릭터가 좀더 입체적으로 잡히는 계기가 되었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모습들 속에 있는 내면들의 풍경이 얼마나 다채롭고 풍요로운가. 독자는 알게 되겠지만 상황속의 인물들은 그 밑바닥 현실들을 알지 못한다. 그런 답답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십 이년(십 삼년?) 간격을 두고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 배치도 영리하다고 느꼈다. 역사는 반복되고 인간은 배우지 않는다는 (못한다) 명제를 생각하게 했다.  긴장의 한자락을 유지하게 했던 해송이의 죄책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 점, 혁의 무의식 속 무거움으로 있던 형의 죽음으로부터 해방되는 결말이 안도하게 했다. 

학교는, 학교라는 공간은 십 몇 년이 지나도 변한게 없다. 시스템도 똑같다. 문제도 반복되는 공간이다. 두터운 벽 같다. 폭력성이 잘 자라게 하는 공간인 것도 변하지 않는다. 잘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기때문에, 하얀 말이 페가수스가 되기 십상인 공간이기도 하다. 타인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잘도 자란다. 학교와 학교폭력은 연관 검색어라도 되는가, 싶지만 여기서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 그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은 풍경들이 있다. 단조로운 시각, 원인 대 결과의 일대일 대응같은 현상은 오히려 잘 없다. 그래서, 아주 없지는 않지만 핵심적인 주제로 다루지 않는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혁이 처럼 나도 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지만, 정보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조금 덜 친절한 듯한 인물구성이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오히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인 '잘 알지 못하는' 채 잘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게 설계가 된 것이라고 정리했다. 

혁의 캐릭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진의 경우와는 반대로 적극적으로 친구 도안을 도와주기 위해 주희에게 독하게 맞서는 장면이었다. 엄마에게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모습과는 달리 강단있는 모습이라서 약간 놀랐다. 반복된 역사에서 혁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행보를 걸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인물에 따라 다르게 변주되는 것 아닌가!


갑작스런,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독자들이 잘 이해하게끔 풀어가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귤이 있다는 것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작품이 나올 수도 있구나, 하면서 감탄하면서 끝까지 잘 읽게 되었다. 

책의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신 맛이 입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여러 억울한 죽음들이 떠올랐고, 남겨진 가족들이 짊어진 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고 죄책감을 다루는 문제도 있어서 귤처럼 상큼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을 은근히 누르는 압박감도 있었다. 과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교사 신분이라서 이 작품을 어떻게 아이들과 나눌 수 있을지 자동적으로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조금 주제가 무거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정부분을 발췌하여 다양한 수업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글쓰기라든가, 토론수업이라든가... 생각할 주제도 많았고 무엇보다 나는 다른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아니,얼마나 더 많이 모르는지를 생각하게 할 기회가 된다면 더 없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너무나 모르니까 조금 더 조심히 말을 하고 행동하고 특히 함부로 단정짓지않는 태도란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태도란 말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