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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ㅣ 민음사 세계시인선 50
서정주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1997년 11월
평점 :
품절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 서 정 주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괜찬타, ......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
포그은히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낯이 붉은 처녀(處女)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運命)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
큰놈에겐 큰 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 이야기 작은 이야기들이 오부룩이 도란그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山도 山도 靑山도 안기어 드는 소리, ......
* 크리스마스, 늦게 잠에서 놓여난 나는 서정주 부음 기사를 접해야 했다. 마침 눈이 적당히 내렸고, 그 하늘을 꼭 보고 싶어서, 담배 한 대 물고 집 근처를 배회했다. 미당의 많은 시 중에서 이 시가 생각났다. 눈을 밟을 때마다 지독하게 따라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눈물처럼 내렸다가, 생명처럼 모이는 소리,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이 깃들이어 오는' 것처럼. 눈은 죽음까지도 덮는다.
아이들이 눈을 뭉치고 있었다. 괜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