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싶어요 비룡소 창작그림책 42
김대규 글.그림 / 비룡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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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펼치면 광활한 대지를 가로질러 달려오는 바람과 대지 위로 내리쪼이는 햇살, 풀잎들 사이로 언뜻언뜻 동물들의 모습이 보이는 더 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또 한 장 넘기면 흡사 글자조차 춤을 추는 듯한 춤추고 싶어요 라는 책 제목과 지긋이 눈을 감고 무아의 경지에서 춤을 추는 사자의 고요한 표정이 보인다.

 

사자가 춤을 춘다니 한심하다며 놀려대는 사자 무리를 피해 아무도 없는 들판에 나가 춤을 추고 있는 사자의 가벼운 춤사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고요한 달빛 아래 날아갈 듯 유영하는 사자를 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또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가?

볼이 빵빵해지도록 피리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고 있는 소년의 뺨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소년이 피리 불기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그 볼만 보아도, 이마에 송글한 땀방울만 보아도 금방 알아 차릴 수 있다. ‘사냥꾼은 피리 따윈 불지 않는다고. 시끄럽다수군대는 사람들을 피해 아무도 없는 들판에 나가 피리를 부는 소년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볼에 바람을 채우게 만든다.

바람까지 잠재우는 고요함과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서로 교차하며 초원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어 간다. 결국, 일촉즉발, 위기일로로 치닫던 초원의 갈등을 잠재우고 평화를 되찾은 건 멸시받던 소년의 피리사자의 춤이었다.

 

삐릿삐릿 삘릴리

사자들도 들썩들썩

뾰롱뽀룡 삘릴리

사람들도 덩실덩실

모두들 밤새 춤을 추었어

모두들 밤새 꿈을 꾸었지

 

다시금 평화가 찾아오자 초원의 식구들은 밤새도록 춤을 춘다. 꿈을 꾸듯 신비한 밤 하늘엔 쏟아질 듯 별이 총총하다. 모든 것을 품은 듯 대지는 평화롭게 잠이 든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내 마음에도 잔잔한 위로가 찾아 온다.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춤추고 싶으면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마음껏 그리라고 응원한다. 부모의 야망이나 세상의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말고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도 좋다고 이야기 한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정성껏 해내는 일이 오히려 가장 가치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무언의 지지를 보낸다.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미덕은 우리 삶에서 예술이 지닌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이다. 이 그림책을 보며 예전에 읽었던 김형경의 좋은 이별을 떠올렸다. 그는 학대 받는 아동이 갖게 되는 예술 취향은 불행 속의 오아시스다.’ 라는 베레나 카스트의 말을 인용하며 글쓰기, 그림 그리기, 춤추기등 내면을 표현하는 모든 예술행위가 동시에 마음을 치료하는 직접적인 방법들이며 그러므로 예술은 동시대인들의 무의식적 집단 애도 작업을 대신하거나 도와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목마른 우리 아이들의 삶에 예술이라는 오아시스를 남겨두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지, 우리 아이들이 어린 시절 충분히 예술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지 자문하게 된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느꼈던 위로, 그것 또한 예술이 가진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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