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와 비단장수 고래고래 (아지랑이) 2
독고박지윤 지음 / 고래뱃속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각박한 세상살이, 우직하고 착한 사람이 복 받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겁다.  구수한 입말 덕에 읽어 주는 즐거움와 듣는 재미도 한몫 한다.  옛이야기 특유의 반복적 리듬감과 이야기를 쌓아 올려가는 점층의 구조가 몰입을 이끈다.  여기에 더해 볼수록 재미있는 그림이 이야기의 흥을 돋군다.  옛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해학적이고 발랄한 그림들이 독자들을 이야기 속 공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이야기와 그림의 호응이 참 좋은 책이다. 그림책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정지된 화면속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움직이며 왁자지껄 걸죽한 말들을 쏟아낼 것 같다.  사람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풍선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시각을 청각으로 환원 시키고 있다.  비단장수를 부르는 글씨에 색깔을 입힌 것 만으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성격까지 상상케 한다.  낙서처럼 어지럽게 그려진 말풍선의 말을 상상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급기야 말이 너무너무 많은 세 번째 손님의 ‘말’ 아래 깔린 비단장수의 가엾은 얼굴은 도저히 웃지 않고는 베길 재간이 없다. 

돌부처를 앞에 두고 이어지는 비단 장수의 독백에는,  아마 돌부처도 돌아서서 몰래 웃을 것만 같다.  말 없는 돌부처에게 외상으로 비단을 팔고,  벼락같은 호령으로 금은보화를 받아내는 비단장수의 한결같은 믿음(?)은 웃음을 넘어 감동스럽기 조차하다. 


이 그림책의 화룡점정은 마지막 장면. 헤에라 디야 ~ 춤을 추는 비단장수 모자옆으로 등장한 도둑떼, 텅빈 보물창고에서 이야기의 『끝』을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웃음 한발 더 장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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