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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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오래전에 양순자 작가님의 인생9단을 읽은 적이 있다. 아직도 내 책장에 있는 그 책... 주로 베스트 셀러 또는 유명한 작가의 책을 선호하던 내가 인생9단을 읽고 생활에서 우러나온 문장에 마음속 깊이 감동을 받았었다

양순자 작가님은 30여년간 사형수 상담가로 봉사하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사형수들과 상담하면서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계속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아내 오다가 암에 걸리고 수술을 하기 직전 깨어나면 의미있는 일, 소중한 인연들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일을 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고 이 어른 공부라는 책이 쓰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남들보다 찐한 인생을 산 선배로서 쓴 이 책의 문구 하나하나는 너무 소중하게 읽었다.


1장 어른으로 살아볼래?
2장 사람부자가 옹골진 부자다
3장 자식은 부모라는 토양이 중요해
4장 인생차선, 지키며 살자
5장 마무리가 깨끗하면 머물다간 자리도 아름다워

장마다 지금 40을 훌쩍 넘어버린 나의 마음을 치는 구절은 차고도 넘쳤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후회.. 뭐든지 하나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지만 선택하고 나서는 후회를 안한적은 없는 거 같다. 이 과정은 지난하게 힘이 든다. 그놈의 미련 끊어내기에 어쩌면 더 에너지가 많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구절이 아주 크게 다가왔다. 최선을 다 못해서 완전히 태워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자꾸 이별을 못하고 뒤돌아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도 고물고물 혼자 잘 놀아줘야 예쁘다.
나이든 부모가 자식을 보채지 않고
혼자 고물고물 잘 살아주는 것이
자식을 위하는 길이다"

이 글귀는 인생9단에서도 여기서 다시 보아도 잊을 수 없는 문장이다. 그 예쁜 아이도 혼자서 잘 놀때 참 예쁜데 늙어가는 어른이야 더하겠지.. 그걸 잊고 나랑 놀아달라고 여러 사람을 괴롭히던 나에게 이 문구는 정신을 차리게 해줬다. 어느새 잊고 있었는데.. 이젠 고물고물 잘 살아줘야 자식을 위하는 길이다 라는 문장을 곱씹게 된다.

"엄마의 가슴은 절대 차면 안돼.
엄마는 똑똑할 필요도 없어.
엄마의 가슴이 뜨거우면
아이는 그 열로 살아갈 힘을 얻는 거야"

제3장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부모로서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있었다. 어린이까지의 아이는 나를 필요로 하고 나도 아이가 미치도록 사랑스러워 정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그런데 이젠 사춘기 청소년이 된 지금 그만 나가줄래?를 말할때마다 배신감도 느낀다. 그리고 아이의 생할이 내 기대에 못미치는 때마다 닥달의 강도는 조금씩 높아지는 요즘이어서 엄마로서 가슴이 뜨거우면 된다는 말이 찡하게 느껴졌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 보듬아 줄 엄마까지 이성적으로 차갑기만 하다면 이 아이는 갈 곳이 없어 지겠지...

공부든 뭐든 다 자기가 가야할 길.. 더이상 내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기에 그 무력감에 더 짜증이 치솟았는지도 모르겠다. 난 이자리에서 아이가 돌아올 뜨거운 베이스캠프이면 된다. 잊지말아야 할 이 구절..
메모에 옮겨적어 책상앞에 붙여 놓기로 했다.

"작품을 제대로 완성하려면 실을 풀어
코가 빠진 지점까지 되돌아 가야해.
풀기가 아까워 그대로 가면
불량품이 되는 거야"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젠 내 노후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내게 주어진 이 임무들이 다 끝나고 나면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시간들이 아이에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아야 할텐데..
요즘들어 많이 편찮으신 엄마를 보면 나의 노후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가지고 있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만큼으로 줄이고 매년 정리하는 느낌으로 살고프나 아직은 미련이 너무 많아 끊어지지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마무리를 해야할까?

양순자 작가님은 사형수와 매일 상담을 하면서 죽음이라는 것은 언제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매번 정리를 하고 이별을 하는 준비를 해오셨던 과정이 있었다. 가진 것은 간결하게.. 덕을 쌓으면서 내가 떠난 후 꼭 남겨두고 싶은 말을 정리하고 그렇게 살아 오는 과정.. 너무나도 닮고픈 삶의 방식이다.

1장부터 에필로그까지 마음속에 정말로 깊게 들어온 책이었다. 언제든 이세상과 이별할때가 온다면 홀가분하게 갈 수 있도록 이세상에서 가치있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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