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 - 불가해한 우주의 실체, 인류의 열망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이희원 감수 / 갈매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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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분야 책을 여럿 읽어왔다. 그래봤자 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은 대중적인 교양서적 수준이다. 그래도 어려워서 이해를 하지 못한 부분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읽어온 천문학 관련 책들 중에서 이해도가 가장 쉬운 편에 속한다. 한마디로 설명이 간편하다. 이해하기가 쉬운 내용들이다. 전공 서적들을 접근하기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전문용어 사용이다. 특히 천문학의 경우, 전문용어뿐만 아니라 관련이론 및 지식에 대한 난도가 높다. 이 책 또한 전문용어와 이론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은 친절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 실생활을 응용한 예시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천문학 책치고 컬러 사진이나 도판이 없지만, 없어도 책을 읽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물론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일관된 흐름이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은 제목이 의미하듯 100개의 별에 대한 이야기인데, 100개의 별이 다 다른 것처럼 이야기 또한 독립적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차례대로 읽지 않고 아무 곳이나 펴서 읽을 수 있게끔 각 꼭지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p9). 이 책에서 소개된 100개의 별은 천문학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이자 안내자 역할을 한다. 각 별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관련된 이론 및 지식을 연관해서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사례와 연관된 이론 및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최신 천문학계의 이슈가 반영되어 있다. 여태 몰랐던 기존 지식과 함께 새로운 부분들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책에 소개되는 100개의 별들은 각각 개성이 뚜렷하다. 몇 개의 기억나는 별만 소개해본다.

 

1. 실패한 별

 

별은 수명을 갖고 있다. 별은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빛을 발한다. 빛을 낼 수 없으면 별(항성)이 아니다. 그건 행성이다. 별은 가진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빛을 낸다. 에너지를 소진할수록, 별의 생애는 마지막을 향해간다. 가진 질량에 따라 별은 단계를 밟고 다양한 모습으로 종말을 맞는다. 적색 왜성, 백색 왜성, 그리고 무시무시한 블랙홀까지. 참고로 우리의 태양은 백색 왜성이 될 예정이다. 

항성과 행성. 이 둘의 구분은 앞서 말했듯 빛을 낼 수 있는 여부에 따라 갈려진다. 그런데 둘 사이에 또 다른 존재가 있다. 갈색 왜성이라 부르는 존재다. 별과 행성의 중간쯤 되는 천체다. 별과 비스름하게 빛나기는 하지만, 밝기가 훨씬 약하고 수명도 길지 않는 존재들. 1995년 에스파냐 천체물리학 연구소 팀이 갈색왜성 테이데1’을 발견함으로써, 공식적으로 갈색왜성의 존재를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발견한 갈색왜성은 우리 은하에서만 몇만 개라고 한다. 갈색왜성을 통해, 항성과 행성을 가르는 명확한 경계선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에는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 천문학의 이론과 공식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 바로 천문학의 묘미다.

 

2. 방랑하는 행성 

지구는 태양계에 속해 있다. 항성이 있고, 그 항성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돌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우주의 법칙. 그런데 그 법칙을 거부하는 행성들이 있다. 어느 별에도 속하지 않은 채 방랑하는 행성이 우리 은하에만 무려 4,000억 개에 이른다(p92).

 

왜 이들은 별을 떠났을까. 태양도 초창기엔 수십 개의 행성을 갖고 있었다고 예상한다. 행성들은 서로의 중력으로 인한 불안정한 궤도 탓에 서로 충돌했다. 달도 45억 년 전, 지구와 다른 행성의 충돌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었다(p93). 충돌 결과 지구와 7개의 형제 행성들은 태양 옆에 남았다. 다른 행성들은 파괴되었거나 혼자서 우주를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지구가 다른 행성과의 충돌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우리 인류에게는 무척 다행인 일이다.

 

3. 흑색 왜성 

흑색 왜성은 현재까지는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별이다. 차갑고 어두운 죽은 천체. 별이 당도할 수 있는 마지막의 마지막. 흑색 왜성은 백색 왜성의 다음 단계로써, 백색 왜성이 한참이나 먼 시간이 흐른 뒤 도달하는 단계다. 백색 왜성은 별처럼 빛을 내지는 못해도, 여전히 뜨거운 물질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질량 덩어리(p150). 그 열이 식으려면 걸리는 시간이 최소 1,000조 이상. 138억 년 된 우리 우주의 시간으로서도 아득한 시간이다.

 

4. 회춘한 별 

청색 낙오성이라 불리는 게자리 40. 이 별은 밝고 파르스름한 빛을 내고 있다. 푸른 색을 내는 파란 별은 젊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별이 위치한 성단의 다른 별들은 이미 오래 전 적색거성이 된 상태. 모든 별이 같은 시기에 태어났을 텐데 왜 이 별은 젊을까?

 

회춘 비결은 다른 별에 있었다. 근처에 있는 쌍성으로부터 물질을 뺏어오는 것이었다. 다른 별이 먼저 죽어가고 있을 때, 그 죽어가는 별에서 흘러나오는 물질을 가로챈 것이다. 게자리 40은 더 강력한 회춘 요법을 사용했다. 다른 별과 충돌해서, 하나의 큰 별로써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 게자리 40회춘한 별이라 불리는 이유다.

 

5. 초록 별 

우리는 하얀 별, 붉은 별, 노란 별, 파란 별을 볼 수 있지만, 초록 별은 볼 수 없다. 초록 별은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관측된 바가 없다. 초록 별은 어ᄍᅠᆯ 수 없이 희게 보인다. 그 이유는 별이 흑체이기 때문이다(p309).

흑체는 자신에게 도착하는 모든 광선을 흡수하면서, 복사에너지를 방출한다. 별은 여러 색깔의 빛으로 된 복사 에너지를 방출한다. 붉게 빛나는 별도 늘 파란빛, 노란빛, 초록빛을 방출한다(p309). 방출하는 복사선의 빛에 따라 별의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다. 태양은 초록 파장의 빛을 방출하는데, 우리 눈에는 초록색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눈 때문이다. 눈의 수용체는 붉은빛, 노란빛, 파란빛 등의 다양한 빛을 각각 구분해서 보지 못한다. 여러 색의 혼합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태양을 희고 노란빛으로 인식하게 된다.

 정말 초록색 별을 보고 싶다면, 초록 파장의 빛만 내는 별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p311). 아쉽게도 초록별은 우리 상상 속, 혹은 SF 영화에서나 찾을 수 있는 별인가 보다.

 

6. 트라피스트-1

트라피스트-1이라 명명된 이 별보다는, 이 별에 딸린 행성이 더 중요하다. 2017, 이 행성 은 제2의 지구로 소개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천문학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일까?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것 아닐까? 지구처럼 생명체가 서식 가능한 행성을 찾는 것은 인류의 가장 큰 화두 아닌가.

이 행성은 가능성이 높은 행성이다. 서식 가능하다고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서식 가능 지역에 있는 행성이다. 이 행성이 추후 서식 불가능한 행성으로 판명되더라도, 발달된 과학은 언젠가 제2의 지구를 찾아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별과 우주에 얽힌 다양한 이론과 학설을 소개하고 있다. 밝혀진 부분도 있고, 밝히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 인류가 밝히지 못한 부분들, 모르는 부분들이 더 많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문명이 아무리 발전해도, 과연 우리 인류가 우주가 가진 비밀을 100% 다 알아낼 수 있을까. 아득한 시간의 흐름 속 펼쳐진 우주적 공간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덧1. 천문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성 천문학자들도 큰 기여를 했다. 그녀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남성 천문학자들의 보조 역할에 그쳤다. 관측 데이터를 기록하고 수학적 계산을 하거나 망원경을 정리·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단순하고 지루한 일을 반복하는 가운데, 그녀들은 데이터 속에서 법칙을 발견하고 이론을 확립했다. 캐롤라인 허셜, 헨리에타 레빗, 세실리아 페인. 남자 천문학자들에 버금가는 위대한 여성 천문학자들이다.  

 

덧2. 별과 달리 행성은 빛을 낼 수 없다. 때문에 별과 달리 멀고먼 거리의 행성들은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행성을 직접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불가능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그래도 천문학자들은 행성을 관측한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행성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관측된다. 행성이 별을 지나갈 때 흔들림이나 간격을 통해 존재를 확인해 온 것이다. 이외에도 별의 내부를 확인하는 데 성진학을 활용한다든가, 천문학자들은 광대하고 무한한 우주의 모든 것을 직접 볼 수 없는 대신, 다양한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진리를 밝혀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노고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덧3. 책에 들어가기 전, 이런 말이 나온다.

"수많은 세계가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다. 우주는 광대하고,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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