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탄탄하게, 처음 듣는 의대 강의 - 의대 지망생과 일반인을 위한 의학 수업
안승철 지음 / 궁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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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의대 지망생과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니까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학의 기초에 대한 책이다. 의대가 어떤 곳이고 의학이 어떤 학문인지 잘 모르면서,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의대에 온 학생들. 정작 의대에 와놓고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하는 이들이 매해마다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저자는 의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물론 나처럼 의학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가진 일반인들도 대상이다.

 

의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체의 생리현상과 계통을 다루는 학문이다. 나아가 의학은 인간의 병리현상을 예방치료하는, 실용학문이다. 실제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대생들은 6년을 공부한다. 6년간 그들이 배워야할 내용은 타 전공의 평균을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다. 법대와 같이 탑을 형성하지 않을까. 이 방대한 의대의 커리큘럼에서, 최소한의 기초 정보를 간추리는 작업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내용의 대부분을 생리학적 시각에서 인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할애(p8)했다고 밝혔다. 책의 주요 얼개는 인체의 계(system)에 대해서 설명하는 식으로 정리했다. 인체는 총 11가지의 계로 구분하는데, 각 계는 다음과 같다.

 

1. 순환계

2. 소화기계

3. 호흡계

4. 비뇨기계

5. 골격계

6. 근계

7. 피부외피계

8. 면역계

9. 신경계

10. 내분비계

11. 생식계

 

의학은 이러한 체계 위에 구성된 학문이며, 이 책에선 순환계, 소화기계, 호흡기계, 비뇨기계, 신경계, 내분비계만 다뤘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알려주길 바란다(p8)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어려웠다. 1장 세포 파트부터 어려웠다. 그렇지만 저자의 탓이 아니다. 저자께선 충분히 쉽게 설명했다. 구어체로 설명하고, 문헌 및 실제 임상 케이스를 통해 내용을 연계시키고, 그림을 싣는 등 노력했다. 단지 내 머리가 따라주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저자는 용어를 신중하게 선택했겠지만, 넘쳐나는 의학 전문 용어들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용어들을 검색해보려다가 관뒀다. 더 혼란에 빠질 것 같아서. 그냥 체계와 틀만 이해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의대 공부의 90%가 암기라던데 용어 암기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저자는 선대 의학자들의 의학에 대한 연구와 발견에 대해서 소개한다. 각종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각종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온 의학의 역사. 간단하게 언급했음에 불구하고, 현대의학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의학자들의 노고와 분투가 있었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한데 이들이 실험할 때의 대상은 주로 동물이다. 유리공 안에 넣고 공기를 빼거나, 각종 기관들을 제거하는 실험.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쓸 수 없으니, 동물로 대신할 수밖에 없긴 하다. 잔인하긴 한데, 실제로 실험을 하지 않고선 의학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겠는가. 동물 친구들아, 고맙다.

 

내가 그나마 가장 재밌게 읽었던 파트는 소화기계였다. 먹고 배출하는 것에 관심 있는 단순한 인간이라……. 몇몇 흥미로웠던 의학적 사실들에 대해 메모해본다.

 

pp46~7 , 51

 

1. 사후강직이 일어나는 이유

 

인체는 고에너지 화합물인 ATP를 이용하여 일을 한다. ATP는 에너지의 또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흔히 에너지 통화(currency) 즉 돈을 불린다. ATP는 마이오신과 액틴이란 두 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한데 사람이 죽으면 세포는 ATP를 더 이상 만들지 못한다. 마이오신과 액틴이 더 이상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 단백질은 결합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사후강직이 발생한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 단백질이 분해지는 현상에 의해, 사후강직은 풀린다.

 

p170

 

2. 우리가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이유

뷔페에 가면 평소보다 많이 먹어도 그게 다 들어가는 이유는 다 위 덕분이다. 위가 늘어나기 때문. 위가 이처럼 잘 늘어나는 것을 두고 위의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표현한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확실하게 깨달았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의학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어차피 의대에 들어갈 정도로 공부를 잘 하지도 않았지만. 호기심에 읽어본 것으로 만족하겠다. 앞으로도 의학 관련 책은 교양서 위주로 읽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의대 지망생이라면 부디 이 책을 통해 의학에 대한 적성을 테스트하는 것이 좋겠다. 저자의 말씀처럼, 공부 잘한다고 해서 의대와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도 실제로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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