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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사랑한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P.404 다만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 사회적 윤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적 윤리가 반드시 인간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명확한 근거도 없는 단순한 사회 통념에 불과하지 않을까?
11월 셋째 주 토요일, 이전 제국대학에서 함께 미식축구를 했던 미식축구 부원들은 어김없이 술집에서 만나 만담을 나누고 있었다. 자리가 파한 뒤, 돌아가려던 데쓰로와 스가이는 술집 앞에서 그 당시 매니저를 맡았던 미쓰키를 만나게 되었다. 미쓰키는 어딘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미쓰키는 목소리를 내어 말을 하지 않고 필담으로만 대화를 하려 하였고, 결국 데쓰로는 그녀와 말로 하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 스가이와 미쓰키와 함께 그의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자, 그들은 미쓰키가 더이상 '그녀'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미쓰키는 자신이 여성의 몸으로 태어난, '남자'였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 소설의 대가로 유명하다. 필자는 처음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그의 책들을 접했으며 그 특유의 문체와 전개감. 그리고 분위기에 폭 빠져 그의 소설책을 여러 권 찾아 읽었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친구의 앞에 나타난 미쓰키는 사실 사람을 죽이고 도망을 치고 있었다. 같은 가게에서 일을 하던 가오리라는 직원을 스토킹하던 악질 스토커와 드잡이를 하다 실수로 그를 목졸라 죽이게 된 것 미쓰키는 자수를 하기 전 마침 11월 셋째 주라는 것을 떠올리고 마지막으로 멀리서나마 친구들을 보기 위하여 그곳으로 간 것이었다. 하지만 사정을 다 듣게 된 데쓰로와 그의 부인이자 미쓰키와 친구인. 함께 매니저로 일했던 리사코는 그를 보낼 수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자수시키지 않겠다며 선언한다.
인간의 성정체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 이 소설에서는 많은 젠더퀴어들이 등장한다. 반음양인, 간성인 육상 선수 무쓰미와 바이젠더로 추정되는 미쓰키. 그리고 트렌스젠더인 여러 사람들. 우리 사회에서는 동전의 양면처럼 남자와 여자를 이분법적인 것으로 나누는데, 이들은 그것에 속하지 않는 이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일까. 작가는 소설 속에서 아이카와라는 인물의 입을 빌려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p423.
"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 띠에 있는 안쪽과 바깥쪽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
"무슨 뜻이죠? "
" 일반적인 종이는 안쪽은 끝까지 안이고 바깥쪽은 영원히 바깥이죠. 양쪽이 만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그러나 뫼비우스의 띠는 바깥쪽이라고 생각하고 가다 보면 어느새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즉, 안쪽과 바깥쪽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완전한 남자도 없고 완전한 여자도 없지요. 또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는 하나가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은 남성적인 부분도 가지고 있고 여성적인 부분도 가지고 있어요. 당신에게도 여성적인 부분이 많이 있을 겁니다. 트렌스젠더라고 해도 한결같지 않고, 트렌스섹슈얼이라고 해도 여러 부류가 있지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 띠에 있는 관계이고 동전의 양면처럼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다. 이것이 작가의 생각이었다. 필자 또한 이 생각에 동의한다. 사람의 성별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사람은 성별이 어떻게 되던, 성 지향성이 어떻게 되건 간에 그냥. 그냥 하나의 사람이다. 그냥 하나의 사람으로써 보면 안 되는 것일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차별이라는 것을 한다. 미지의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미지의 것이자, 자신과는 다른 것을 배제하는 인간의 슬픈 속성. p425.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우리의 생각은 전해지지 않겠지요. 짝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의 짝사랑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까. 끝나지 않을까. 작가는 그렇다고 생각했으나 필자는, 언젠가는 이 짝사랑이 끝이 나리라 믿고 싶다.
너무도 좋은 책을 능력의 부족으로 읽을 때의 감동과 그 이후의 여운. 따라오는 생각들을 다 담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몇번이고 지웠다 쓰기를 반복하고 다시금 책장을 넘겨보았지만 필자의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새삼 실감했다. 전개 방식도, 내용도, 전하고자 하는 생각도 모두가 마음에 들었으나 단 한 가지 계속해서 미쓰키를 그녀라 호칭하는 것과 제목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렸다. 미쓰키는 남성의 정체성과 여성의 정체성을 모두 가진 바이젠더로 묘사된다. 보다 성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는 없었을까.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하나 정말로 완성도 높은 소설임은 틀림 없다. 이 부족한 리뷰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더욱 흥미를 유발시켜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