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에게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
권하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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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흐느껴 울었어. 지금 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내 감정이, 왜 언제나 이렇듯 허무하게 부정당하는 거지? 어차피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도 없는 모호하고 이상항 간정에 휘둘려서는, 아프고, 울고, 쓰리고, 그러다가는 잠깐 기쁘고, 다시 아프고, 울고, 쓰리고. -비너스에게. 250p

 

 

권하은 작가의 장편소설 ‘비너스에게’. 국내 소설로서는 흔치 않게 당당한 퀴어를 표방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제목과 일맥상통하게 평범한 고등학생 ‘강성훈’이 ‘비너스’라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보내는 형식의 글이 이어진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비너스’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인물, 즉 독자를 가리키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냐!”

철가면이 버럭 소리를 질렀어. 교장과 주임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지. 철가면의 얼굴에 선명히 떠오르는 표정을 나는 처음으로 보고 있었어. 그건 바로 ‘혐오’였어. -비너스에게. 63p

 

 

이 글의 주인공 성훈은 동성애자이다. 본인 스스로도 은연중에 이를 인식하고 있다. 같은 학교의 3학년 선배를 짝사랑하는 그는 우연한 기회에 선배의 집에 가게 되고, 함께 술을 마신다. 그리고 그곳에서 ‘첫 키스’를 하고 만다.

 

 

‘첫 키스’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달콤하고 행복하지만 성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여운도 잠깐, 선배의 소스라치는 반응에 그는 창백한 얼굴로 돌아오고 만다. 이 일은 일파만파로 퍼져, 교장과 어머니의 귀에도 들어가고 결국 남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한 그는 자퇴를 선택하고 만다. 그리고 그 순각부터 그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타인과 다른 나를 발견하고, 무엇보다 인정하는 것.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잘 구분지어서, 타인과 다를 뿐 나 역시 나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 간단하지만 어려운 이 사실들을 우리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성훈은 ‘애미 청소년 상담센터’라는 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찾으며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또 다른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편견의 늪 속에서 나 자신을 찾고, 내가 세상에서 낙오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를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폄하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미성년자 한정이라고 했어. 내가 성년이 되려면 아직 2년하고도 4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동안 내가 할 일은 무언가를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것,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한 사람을 사랑하듯 내 삶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어. -비너스에게. 2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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