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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평점 :
1.
얼마 전에 방영을 시작한 한국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보시나요? 여자아이가 모종의 이유로 남자로 길러져, 내시로 입궁을 하여 조선의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은 팩션 사극입니다. 여주인공 홍라온은 스스로를 홍삼놈이라 칭하며 여러 사내들의 연애 고민을 들어주고 연애편지를 대필해주는 조선판 시라노 드 벨주락이지만, 타고나기를 여자인지라 고운 선과 아름다운 미모는 가릴 수가 없어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신데렐라에 남장여자 설정을 끼얹은 사극이지요.
왜 한국 드라마의 남장여자는 양념처럼 등장할까요? 왜 그녀들의 크로스드레싱은 그녀들의 성 정체성과는 무관한 것이 될까요? 왜 한국 드라마는 퀴어 서사로부터 ‘안전’할까요? 왜 ‘남장여자’ 홍삼놈을 사랑하게 된 세자는 그의 성별을 확인하고 ‘안전’한 이성애 세계로 돌아올까요? 왜 ‘남장여자’ 여주인공들은 항상 이성애자이고,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고, 여장을 한 모습이 잘 어울리게끔 설정되어 있을까요? 저는 주인공의 정체성이 퀴어가 아님을 확인하여 안심하기 위해 창작자가 퀴어코드를 이용하는 모습이 지겹습니다.
2.
‘눈이 어두운 할머니가 주워온 고양이가 실은 호랑이인데, 할머니가 놀랄까봐 고양이인 척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단지 이 설정을 접한 것만으로 읽고 싶었던 그림책을 얼마 전 우연히 얻었습니다. 할머니가 눈이 어둡기 때문에 시작한 고양이 노릇이라지만, 아주 작은 아기 시절부터 스스로 고양이라고 생각해온 호랑이는 채식을 하고 고양이 요가 수업을 듣는 등 ‘완벽한 고양이가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합니다.
이야기는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가 호랑이인 척하는 고양이를 만나면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고양이치고는 무늬가 진하고 덩치도 컸지만 분명 고양이’인 그는 언제나 “어흥! 어흥!”하고 울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고양이를 호랑이가 도와준 것을 계기로, 둘은 할머니네 집에서 술을 마셨지요. 그렇게 어느정도 밤이 무르익었을 즈음, 고양이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합니다. ‘나 실은 호랑이가 아닐지도 몰라. 키가 더 안 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