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진화론 문학동네 청소년 30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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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소년소녀 진화론> 수록)

전삼혜, 문학동네, 2015.6.8

 

더 이상 지구가 푸르지 않게 된 미래, 한 소녀가 달에 있습니다. 이 열일곱 살 소녀의 이름은 ‘유리아.’ 리아는 달 표면에 지구의 언어를 새기는 구식 메시지 기록계 ‘문라이터’를 보수하는 일을 합니다. 혜성과 충돌한 지구는 회색 잿빛으로 변했고, 이제 리아는 유일한 지구인으로 홀로 달에 서 있습니다. 우주기지의 산소와 식량은 점점 떨어져갑니다.

  리아는 이곳에서, 지구에 있었던 ‘너’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주항공특별교육센터 입학 때부터 칠 년을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 ‘세은’은 학교 최고의 수재이자 천재 엘리트. 그러나 리아에게 세은은 그저 그리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아직 사랑이라는 말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평생 곁에 있고 싶다고, 울 때 같이 울어 주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소녀들의 사랑은 비껴가고, 마음은 선명하게 굳어가는데, 홀로 선 시간만 움직입니다. 그래도 리아에겐 언어가 있습니다. 이 마음은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도 남지 않을', 소녀들의 마지막 언어입니다.

  신은 엿새 동안 세상을 만들고 하루를 쉬었습니다. 달의 시간으로 엿새 동안 달에 머물렀던 리아는 이제 문라이터의 남은 배터리로 마지막 동화 한 편을 쓰려 합니다. 다름아닌 ‘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세계를 줄 거야.” 그러고보면 소설의 제목 ‘창세기’는 종교적 근본에 대한 발칙한 패러디라기보다는, 부연 존재감과 아득한 사랑을 붙잡고 살아가는 소녀(들)의 명멸 신화에 가까워 보입니다. 리아와 세은, 문라이트와 달 표면에 새겨질 이야기. 숨이 가쁠 것 같은 달의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단편소설이었습니다.

 

 

 

 

한국퀴어문학종합플랫폼 <무지개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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