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ㅣ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15
이한솔 그림, 이채 글.기획 / 리잼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이채 글, 이한솔 그림, 리젬, 2015.6.5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는 독특한 동화책입니다.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그림책’을 표방하는만큼 치마를 좋아하고 8-10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사과소녀 선발대회에 나가고 싶어하는 초등학교 남학생 꽁치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꽁치가 독특하기 때문에 이 책이 독특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책은 치마 입기 좋아하는 '독특한' 남자아이에 대한 관찰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된 꽁치의 일상적 고민을 친구처럼 들어주는 교환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첫 페이지는 “꽁치는 일어나서 / 샤워를 하고 / 치마를 입고”라는 꽁치의 더없이 일상적인 아침으로 시작합니다. 첫 페이지를 펴면서 독자는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할 뿐인, 사랑스러운 꽁치의 삶에 물들어갑니다.
이 작품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이 ‘일상(성)’이라면, 다른 하나의 축은 가족과 친구입니다. “치마 입은 꽁치가 제일 예뻐”라고 말해주는, 치마를 좋아하는 꽁치에게 치마를 구해다주는, 꽁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채]의 말대로 “꽁치에게는 ‘꽁치가 좋아하는’ 치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꽁치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책은 그 중요한 사실을 함께 보여줍니다. 이렇게 우리는 종족의 문학—성소수자 당사자들만을 위한 퀴어문학—을 넘어선 진짜 좋은 아동문학을 만나게 됩니다.
꽁치 덕분에 다시 깨닫습니다. 옷장의 딜레마, 외모의 구속이란 얼마나 우습도록 가벼운 것인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사랑스럽게 응원하는 꽁치의 이야기, 많은 분들이(특히 어린이들!) 읽어보시길 바라요.
한국퀴어문학종합플랫폼 <무지개책갈피>
www.rainbowbookm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