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큐큐퀴어단편선 1
이종산 외 지음 / 큐큐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계절이 바뀌었다루리와 슈코가 맞이한 겨울의 냄새가 밀려와 기분이 좋은 요즘제목만으로 눈물이 핑 도는 책을 찾았다사랑을 멈추지 말아요이 시대에 더욱 필요해 부족한 사랑을 멈추지 말라고 한다기획의 말을 다 읽기도 전에 감정을 쏟고 읽어낸 여섯 가지 이야기가 말하게 만든다그러니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이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볕과 그림자그림자의 반대는 무엇일까확실한 건 그 반대편에는 해가 아닌 내리쬐는 볕이 있다해는 고개를 더 들어 올려야만 볼 수 있지만그림자의 반대는 해라고 통용되어 있다. ‘이는 그런 이유로 빛을 싫어하는지도 모른다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처럼 정해진 대로 여겨야 하는 것에 싫증을 느꼈기에그래서 이름을 나눠 갖자는 이는 에게 단짝의 의미를 넘을 수밖에 없었다어떤 것이든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기를 은 바랐을 것이다. ‘의 갈망은 과의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질 테고 섣부른 추측이니 그만두기로 한다.

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서로를 바라보며 엉엉 우는 장면은 나중에 읽어본 가든파티의 줄거리로 인해 중요한 장면이 된다그저 글자에 얽매여 있는 이름해와 그림자 같은 일반적 의미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에게 죽음이란 어렵다. ‘을 보며 말 대신 눈물을 흘리고 끝끝내 그런 말들이 흘러나온다산다는 게 말이야산다는 게……의미부여를 한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작은 단어부터 커다란 죽음-개인차는 있겠지만-까지가든파티의 로라처럼 인생을 정의할 수 없을 때가 있다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하지만 에겐 이 있다반대도 마찬가지다. ‘은 빛의 의미를 바꿀 것이다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던 빛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자신만의 빛으로.

 

뻔한 세상의 아주 평범한 말투목을 매던 것들은 가끔 너무나 쉽게 떨친다단 한순간한 번의 자각으로 걸음을 뗄 수 있다같은 것을 스스로보다 더 갈망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렇다.

수프 카페를 운영하는 청년 사장 기정에게 선미가 찾아온다경계하는 기정에게 선미는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다아프다는 게 뭔지 아니정상이 아니라는 거야정상이 아니면 사람이 아프게 되는 거야정상이 되고 싶은 건 욕망이 아니라 균형 감각이야선미는 처음부터 제목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말투를 한다뻔하지도 않고 처음 보는 기정에게 지나치게 호의적이다이토록 정상에 집착하는 선미는 역경을 딛고 정상에 다다라 또 다른 비정상을 인도하고 싶은 구원자처럼 보인다기정은 선미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었고혼자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선미에게 천천히 익숙해지고 있었다선원빌리 버드에 관한 독서 모임이 열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악마는 순수한 의도의 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이 있다그렇다면 반대말은 성립이 될까다만 선으로 둘러싸인 것들은 본래의 빛이 가려진다선은 행하는 자에게도 구원이기에 힘을 갖는다본래의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악한 선이 결정되겠지만그렇기에 빌리 버드가 행한 선한 폭력의 판단 여부를 물은 기정과 기정을 나무라는 선미가 대비되는 건 당연하다.

선미가 모든 걸 완벽히 해내다가 독서 모임을 기점으로 변한 것도 결말을 암시하는 내용이다선미는 하다못해 정상에 집착하게 된 사연마저 다르게 말하고 만다자신의 동기였을 사연마저도그와 동시에 기정은 깨닫는다선미는 정상이 되길 바라고정상은 권력이라는 것을그래서 손전등이 없으면 가지 못했던 길을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선미를 탓할 수도 있었지만자신을 정상이라 생각하며 정상을 이용하는지도 모르는 선미는 너무나 간절하다기정은 그래서 선미를 두고 떠났다기정은 정상이 되려고 애써서 힘들었기에.

 

레이디레이디정아와 유나정아의 하굣길 속 담벼락에 낙서하는 남자아이들은 정말 신랄하게 표현된다어쩌면 정아를 좋아했을지도 모르는 요시키의 편지에도 정아는 한없이 신랄하다그런 정아가 유나에게만 놀랍도록 약하다문득 유나의 얇은 팔을 잡으면서도 넘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가난함이 정아를 괴롭힌다그러다가 유나에 관한 마음을 딱 한 번 입 밖으로 내뱉고다시는 유나를 만날 수 없게 됐다철저히 마음이 부서졌다마음이 넘쳤지만 멀어지게 된 그 이후로 정아는 유나의 물건조차 보지 못하게 됐다정아가 먼저 유나를 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그리고 유나에 관한 것도정아는 모른다그저 애러비처럼 싸하게 식어가는 분노뿐유나의 노래가 더 이상 연가가 아니게 되듯이 한 번도 둘의 감정의 교차는 없었다

 

세 편사랑을 멈추지 말아요강원도 형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화장실에서 자신을 돌아본 이원도목화솜에 둘러싸이는 악몽을 꿨지만 재가 되지 않은 유진도류와 행복한 열차 여행을 떠난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겉모습을 바꾸고 예전 자신을 닮은 사람에게서 우월감을 느끼던 이원도또 다른 사랑을 느꼈지만 농락이고 기만이었던 유진도이 열차 여행이 멈추지 않길 바라는 .

자신을 사랑하는 걸 멈추지 말아요이원다음에도 류를 사랑하자는 너도 멈추지 말아요그리고 미아를 사랑한 지우도사랑을 멈추지 말아요이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사랑은 제한적이지 않습니다부디 이 책을 읽고 행복해지길 바라며,



화분www.rainbowbookm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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