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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루첼 드와즈라 질스카, 레이체 데보라 실스키, 그리고 루스 맥브라이트 조던으로 불렸던 위대한 어머니.
결코 평범치않은 어머니의 세월의 무게에 질곡의 무게를 더하여 써내려간 제임스 맥브라이트 자신의
생생한 기록이자,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고집했던 어머니의 투박한 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1940년대는 흑백논리의 희생자들에게는 너무도 암울했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어머니의 삶과 그 어머니의 과거를 안고 살아가야했던 아들애게 그 시대적인 성격과 꺼질줄 모르는
증오와 차별의 이상기온은 삶의 언저리에서 언제나 고개를 들고는 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이라는 소제목을 달고는 있지만, 이 글은 굴곡많은 한 여인의 일생을 이야기 한 것이며,
작가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사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인종차별이라는 세계사적인 화두를 흑백의 중심에서 살다간 어머니의 실제 이야기들을 통하여
민족과 종교적인 구별 그리고 피부색이 더이상 사람을 구분한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절대적인 역사적 교훈도 분명하게 전달받고 있습니다.
가난과 혼돈, 억압과 차별이라는 비합리적인 환경속에서 자신의 삶과 많은 자식들의 미래를 지켜낸
어머니의 세상에 대한 도전적인 이야기의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는 독자들에게는
한정된 분량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는 아쉬움이 손끝에 파리하게 남을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살아왔던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딸들과 아들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의
첫장과 대미를 장식해도 될만한 지나간 역사속의 이야기 입니다.
백인 어머니와 두명의 흑인 아버지를 가진 아들과 딸들의 독특한 조합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관심의 대상이자 비난의 대상 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성적인 학대와 억압, 끝없이 이어지는 구속은 그녀를 유대교의 굴레에서 더이상 머무를 수없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가져다주었고, 그녀의 불가피한 엑소더스는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새로운 개척지로
떠나는 것이었습니다.사회의 일반적인 통념과 어려운 여러가지 난제들을 극복하면서
데이브 맥브라이드와 살게 된 루스는 그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의 뉴브라운 메모리얼 침례교회를 창립하게 됩니다.
유대인의 피가 흐르지만 유대교의 강요된 생활을 벗어던지고 기독교도가 된 백인 어머니는
흑인과 백인의 갈등을 굴곡진 터널을 느리게 느리게 관통하는 완행열차 처럼 그렇게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유대교 형제들로 부터 끝내 제명을 당하는 쓰라린 경험과 흑인 마을에 사는 유일한 백인이라는
기시감과 흑인과 어울리는 백인이라는 이상한 시선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면서도 꿋꿋하게 이 모든 것을 견뎌내고,
억척스럽게 자신의 자식들에 대한 끝없는 채찍과 사랑으로 모든 아들과 딸들을 대학을 졸업시키고,
이 사회에서 지도자적인 역할을 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길을 잡아주는 함선의 선장이 되어준 위대한 어머니 였습니다.
1957년 가족에 헌신적이었던 동반자를 암으로 잃은 후 헌터 조던과 재혼을 하여 네명의 자녀를 낳게 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가 다르다는 어떠한 구분도 없이 피터팬의 나라의 아이들 처럼 장난을 치면서 어울리게 됩니다.
가난과 차별은 아이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아이들의 네버랜드는 아마도 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의 열병을 앓게되는 제임스와 그 형제 자매들의 방황은 사회에 대한 반항, 피부색에 대한 반항,
그리고 어머니의 가족사에 대한 반항이었습니다.
학교를 자퇴하고 마리화나에 찌들어가는 아이들을 기다려주고,억척스럽게 아이들과 싸우고 독려하면서
각자 인생의 출발점을 찍어주는 바위와도 같은 어머니 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래왔듯이 제임스의 어머니 또한 아이들에게 앞날에 희망을 걸었을 것입니다.
기자 출신이면서 음악가, 작가인 제임스는 어머니와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묵묵히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가며
털어놓은 과거는 실로 엄청난 인간사의 한 페이지 였습니다.
어머니의 가족과 형제들의 치열했던 과거, 숨막히는 가난과의 싸움속에서 빚어낸 그녀의 역사는
1940년대 미국의 가열했던 흑과 백이라는 인종차별의 역사와 맞물려 들어가는 눈물겨운 역사였습니다.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알던 옛날 추억속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방인이 되고자 했던
어머니의 슬픔과 마주하게 됩니다.
어머니를 이해해주던 절친했던 친구 스테파니와의 들뜬 재회는 노년의 어머니가 자신의 과거와
다시 조우하는 가슴시린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잃어버렸던 거울과 마주한 제임스는 한 여인의 역사에 대하여 어떤 외경심 마저 느끼게 됩니다.
그녀는 1986년 65세의 나이로 필라델피아 템플대학에서 사회복지행정으로 학위를 받고 십대 미혼모를
위한 쉼터와 필라델피아 응급센터에서 자원봉사 활동을하기도 하고,
뉴저지 유잉 공공도서관에서 독서클럽을 운영하면서
노숙자 지원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2010년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위대한 어머니에게 바치는 흑인 아들의 감동스토리는 어쩌면 가족의 의미를 상실해가는 현대사회에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어머니의 과거와 자신의 과거를 교차시키면서
때로는 건조한 도시를 때리는 폭풍처럼 가열차게 , 때로는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의 수다와 같이 유모러스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미국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를 백인 어머니와
흑인 가족이라는 부조화속의 절묘한 조화를 잘 살려내면서 진한 감동과 가족의 소중함에 대하여
작가로서의 사명감마저 담아내는 뛰어난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과거를 통하여 미국의 위대한 여성 중 한명인 그의 어머니를 알게되는 행운을 만난 지금
제임스 맥브라이트라는 음악인에게 매료되어 그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Oztoto's Cook n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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