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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
주원규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7월
평점 :
용산참사라는 희대의 사건만이 이 소설의 중심적인 소재가 아닐 것입니다. 서울과 서울의 변두리에서 재개발이라는 아주 밝고 희망적인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평생을 살아온 고향이거나
어쩔수없이 삶의 터전을 닦고 살고있는 삶의 보금자리를 하루아침에 빼앗기는 기가막힌 사레들이 너무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자본주의 국가이자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지금의 작태를 사회적 이슈의 정면으로부터 파헤치고 있고,
가장 낮은곳에 사는 사람들과 이익과 이권을 잡으려는 권력자들과의 대립적인 구도를 빠르고 숨막히며 격정적인 어구를 사용하여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문제의 작품입니다.
[망루]는 오늘날의 소돔의 도시에 내려온 재림예수가 등장하면서 기묘하게 일그러진 기독교사회의 허와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철연' 이라는 철거민 단체를 억압과 회유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폭력을 스스럼없이 동원하여 교회라는 후광을 업고서 권력과 결탁하는 모순되고 굴절된 신앙과 목회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기도 합니다.
빈민을 구제하고 그들을 대변하고 옹호해야하는 대형교회의 실무자들은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하려는 욕망으로 가득한 군상들의 집단이었습니다.
그들의 기득권과 영원한 번영을 위해서는 재개발은 반드시 이뤄야할 사명과도 같은 소명이었고,
이 영광스러운 하느님 나라의 성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되는 철거민들의 피와 눈물이 필요했습니다.
자본의 완성은 소수 약한자들의 무덤 위에라도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의 발로는 자본주의의 왕성한 식욕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철거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행동당원 윤서와 과거 로마시대의 행동당원 벤 야샬의 신앙과도 같은 믿음과 처절한 고뇌는 시대를 뛰어넘는 연결의 고리가 되면서 절대적인 권력과 폭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파도처럼 폭풍처럼 격렬하게 몰아치는 마음속의 격정을 악다구니를 쓰면서 세상을 향해 소리지르는 윤서와 벤 야살은 재림예수라는 딜레마적인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신앙과 현실 사이에는 결코 선의의 타협을 할 수 없는 두터운 벽을 있음을 알고 좌절하게 됩니다.
폭력앞에서 무기력하고,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현신한 재림예수는 그들이 갈망하고 기다리던 천군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천상의 나팔소리와 오색창연한 구름속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악인들을 벌하려고 내려오는 그런 예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습니다.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재림예수라는 신성한 존재를 내세워서 괴물같은 권력에 도전하려는 철거민들의 모습은 신 마저도 버린 존재라는 사실과
힘없는 자들에게 행해지는 살육과 폭력, 잔혹한 기만은 조물주가 만들어낸 피조물들이 풀어야할 과제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무기력한 신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도유망한 전도사 민우에게 교회의 담임목사인 정인 이라는 세습목사가 설교대본을 대필시키고 자신은 여전히 방탕한 생활을 하는 가운데. 민우는
자신의 신앙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에 서서히 균열이 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대형교회를 오직 부를 축척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할 뿐인 목사에게 깊은 반발심을 가지지만 자신의 발목을 잡고있는 학비와
목사안수라는 약점을 잡고있는 괴물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한철연'이라는 철거민 단체를 이끌고 나타난 친구 윤서의 어떤 이념으로 뭉친 신념과 세상을 향한 증오로 가득한 과격한 행동을 보게
됩니다. 윤서는가장 어둡고 낮은 자리에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난 재림예수를 목도하지만, '왜' 라는 신앙적 양심과 무자비하고 피비린내 나는 현실사이에서 신앙적인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게되는 갈등을 하게됩니다.
교회라는 안온한 울타리에서 지낸 자신과는 다른 이상을 가진과 윤서에게 강한 반발을 가지게되지만, 결국은 윤서와 철거민들 그리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재림예수와 함께 망루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더이상 쫓길래야 쫓길수도 없는 망루에 오르지만 조물주와 피조물간의 딜레마에 빠진 재림예수와 함께 망루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갈곳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 망루에 퍼진 피비린내 나는 혈흔속에는 가진자들의 권력과 가지지 못한 자들의 아우성 그리고 종교적 성스러움과 그
종교라는 이름의 그늘아래서 뒤틀린 사회의 뒷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망루]절대 좁혀지지 않을 현실과 이상 사이의 커다란 구멍을 빠르고 숨가쁘게 고발하고 있지만 ,권력이라는 괴물의 채워지지 않는 숨어있는 욕망을
고발하기에는 아직도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작업을 무명의 신예작가에게 만 맡기기에는 희생자들과 남은 사람들의 고통이 너무나 크다는 생각뿐입니다.
Oztoto's Cook n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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