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을 손꼽으라면 먼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요?

옛날에는 수렵과 농경생활을 통한 먹거리의 확보가 우선이었겠지요.

자연재해를 피할수 있는 튼튼한 집도 필요에 의해 점점 발전했을 것이고,

지금은 패션과 디자인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파트를 개성있는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날렵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선호하면서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회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빠질수 없는 아이템이 있다면 명품이라는 딱지가 붙은 제품입니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보스톤백은 필수 아이템으로서 들고다니는

사람의 신분을 가늠케 합니다.

그리고 이른바 일류고등학교와 일류대학교 라는 간판과 학연을 맺기위하여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입니다.

자신의 자녀들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부모들은 거의 모든 학생들을

방과후에 몇개의 학원가방을 작은손에 쥐어주고, 어깨에 매어 보내면서 

막연한 미래를 준비시킵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학원을 다니면서 똑같은 수업을 받는다는 것에

일부의 부모들은 불안감을 느끼면서

내 아이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아주 특별한 맞춤식 교육을

받게되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공교육을 불신하는 풍조가 사교육을 부추키고, 더 나아가서는

일류 과외 선생님을 모셔다가 일대일의 명품 과외를 선호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과외열풍은 비단 우리들만의 풍조가 아니었습니다.

소설이라는 옷감을 입히고, 화려한 악세서리로 장식을 하고 나온

주목할만한 책이 나왔습니다.

맨하탄의 과외시장에 대한 사실적이고 풍자적인 소설 '화려한 수업'은

작가가 사립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밤에는 과외의 현장을 누비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현직 사립학교 교사라는 지위는

사교육 시장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한 매리트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랭던홀의 풋내기 영어교사 애나가 꿈꾸던 학교에 대한 환상은

첫수업부터 산산이 부서지고 맙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듣는 것 보다는 자신을 가꾸는 일에 관심이 있고,

밤에 이루어지는 파티에 더 열광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수업은 학생들에게 외면당하고,

그들의 부모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주기에 이릅니다.

왜 자신이 학교와 교사와 힉생들로부터 소외되어 가는 지 이유도 모른채

새로운 수업방법을 연구하지만, 이 이면에는 고액과외라는 괴물이

학부모와 학생들을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끊임없는 항의 전화와 면담요청으로 자신이 바라던 이상적인 학교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교육방침을 고수할 것안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그들과 타협을 할 것인가.

애나는 결국 후자를 택하고 맙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악마의 속삭임에 더 깊이 더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채워도 채워도 가시지 않는 허기처럼 돈이 가진 마력에 굴복하고 맙니다.




 

한명의 부유한 학생과 한시간의 레포트가 박봉의 교사에게는

달콤한 생활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유혹이었습니다.

유명한 헤어디자이너의 화려한 가위질은 더 많은 과외를 원했고,

명폼 스키니진과 번쩍이는 아파트는 방과후 여가시간의 반납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명문사립학교 교사라는 이력과 자신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지난날 꿈꾸었던 참교육은

일말의 양심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하지만 맨하탄 에서의 신기루를 쫓던 애나는 어느날 교육에 대한 열정을

잊어버리고 돈의 노예가 되어 영혼을 팔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친구와 동료 교사들의 모습이

그대로 자기 자신이 되어있음을 보는 것은 소름끼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레포트를 대신 작성해주는 것이

자신이 진정 원했던 것인지 자문하면서,

이 불가사의한 세게와의 단절을 결심하게 됩니다.

예전에 이미 이런 상황을 겪었던 현명한 선배 교사의 도움으로

애나는 그들과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수업방법을 모색하면서

결코 변화시킬수 없는 그들의 세계와의 공존을 조심스럽게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자신의 자유를 되찾고, 항상 의존도 일색의 학생들에게서

그동안 꼭꼭 숨겨놓고 펼쳐보지 못했던 능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녀에게 학교에서의 수업은 더이상 낮선 학생들과의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교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숨겨진 능력을 찾을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어린 학생들과의 만남 이었습니다.

 

저자의 자전적인 이 소설은 고액과외에 열광하는 빗나간 교육열을 고발하면서,

허물어지고 있는 공교육의 현주소를 재미있고 신랄한 필체로 적고 있습니다.

사교육비에 휘청이는 가계를 적은 수입으로 유지하기에는 어렵다는 사실이

우리의 현실과도 맞아떨어지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이야기 입니다.

학원비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푸념이 대다수 학부모들이 매일매일 내쉬는

한숨의 대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학원수업의 빈 시간을 이용하여 재빨리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고

다시 학원으로 발걸음도 빠르게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아이들의

내일엔 또 어떤 고된날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리고 차별된 명품과외를 받는 아이들에겐 그들의  부모들이 착실하게 설계한

찬란하게 빛나는 준비된 미래가 미소짓고 있을까요?

작가가 이 소설을 쓴 배경에는 사교육의 폐단을 고발하려는 목적도 있는 반면

노력하지 않는 공교육에 대한 쓴소리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단한 사교육의 행로로 인해 수업시간에 쓰러진 아이들을 먼산보듯

쳐다보는 것이 아이들을 아끼는 것인지 선생님 자신들의 열정과 의욕을 아끼는 것인지.

좀 더 전문가적인 콘텐츠를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면학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면 우리 학부모들의 부담도 학생들의

학원과 과외에 대한 의존도와 체력저하에 따르는 이중고도 덜어줄 수

있지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도 한번 해 봅니다.

연애소설도 아닌 교육의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위트있는 말솜씨와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스토리 구성으로 독자들의 소중한 몇 시간동안의 자유를

꽁꽁 묶어버려도 좋을 책읽기가 될 것 같습니다.



Oztoto's Cook n Book

http://blog.naver.com/oneyefishl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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