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다락방 - <마음 가는 대로> 두 번째 이야기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14년전 수산나 타마로의 마음가는 대로를 읽고서 소년같은 얼굴과 소녀같은 감성의

작가를 알았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날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을 어느 양상군자에게 헌납하고,

서점에서 새 책을 구입해다가 반납을 했었던

그런  기억을 선물한  작가여서 오늘의 만남이 더 반갑기만 합니다.

그리고 14년 만에 마음가는 대로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그 후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짧은 머리에 파란 눈동자를 지닌 작가의 수채화 같은 내면을 적시는

화필 또한 그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히 감성적이기도 합니다.

어머니를 네살 무렵 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소녀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과

자아 정체성의 상실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번뇌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잘 정돈된 호기심과 끓임없는 내면의 질문들을 엿듣는 것이 마치

어린 소녀의  비밀스런 일기장을 몰래 들춰보는 것 같아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끼던 호두나무가 뿌리채 뽑히던 날, 소녀의 가슴에 남아있던 유년의 추억도

송두리채 뽑혀나가는 아픔을 맛보게 됩니다.

다른 나무의 뿌리와 얽히고 설켜서 갈갈이 찢겨진, 어린시절을 함깨 했던 호두나무는

할머니와의 공간적 절연과 함께 가족이라는 연결고리의 단절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씁니다.

호두나무는 그렇게 사라지고 그녀의 가족도 하나 둘 그렇게 그녀에게서 떠나갑니다.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딸의 삼대에 걸친 잊혀졌던 가족사를 엄마의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게 되면서 소녀는 혁명의 변두리에서 신음하는 가련한 여인이

자신의 엄마였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낌니다.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는 논리라는 굴레에서 허덕이는 비열한 아버지,

소녀가 상상해왔던 거울속의 이미지에 날카로운 파열음을 쩌억 하고 던져주는

아버지라는 이름의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소녀의 가슴에 회오리치는 공허한 바람을

독자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고 큰 바람인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존재는 그저 원치않았던 결과물에 불과했다는 존재론적 부정은

사춘기의 소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가슴 한쪽이 뻐근하도록 아픈 이야기를 들고 14년만에 그 뒷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놓는 작가의 필치도 역시 여자의 슬픔으로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가는 대로 소리치고 마음가는 대로 여행 가방을 들고 떠나는 소녀의

빈손을 잡아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과 고단함에 대하여 성찰하고 누구보다

인생이라는 여행의 고통을 경험한 소녀는

마음속에 묵은 먼지를 풀훌털고 일어나서 방을 청소하고 내일의 목표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음가는 대로 정원의 장미에 물을 주고 할머니의 편지를 펼칩니다.

엄마의 다락방에는 깊은슬픔도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도 있었습니다.

떠나간 사람들이 가르쳐주는 삶이라는 어려운 과제는 이제는 소녀가 풀어야 할 과제인 것 입니다.

 

 

Oztoto's Cook n Book

http://blog.naver.com/oneyefishluv.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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