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하면 떠오르는 건 쿠르디라는 이름뿐이다.

비행기라고는 신혼여행 때 타 본 게 전부요,

해외라고는 신혼여행지인 발리가 전부인 나에게

난민이라는 말은 신문 속의 사진으로,

뉴스의 몇 초 영상으로 만나는 낯설고 먼 존재일 뿐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2015년 가을에 아일란 쿠르디를 만났다.

이슬람 테러단체를 피하기 위해

나라를 버리고 떠나야 하는 시리아 사람들.

터키 해안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쿠르디는 세 살.

내 딸과 동갑내기 아이.

201592일의 일이었다.



 ​표명희 작가의 어느날 난민을 읽고 싶었던 것은

작품의 제목을 보고 쿠르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는 아직도 전쟁중이다.

손가락을 몇 번 퉁겨 유튜브만 검색해도

테러와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행렬,

아이들의 비참한 죽음을

간단히그리고 가볍게목도할 수 있다.

나 역시 아직 떠돌고 있는 수많은 쿠르디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난민이라는 존재를

한국인작가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궁금했다.

내 안에 가라앉아 있는

쿠르디를 향한 슬픔과 죄책감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해답을 찾고 싶었다.

 
난민은 전쟁으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베트남 참전용사와 현지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나

적군의 아이라는 차별을 받으며

양국 모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라이 따이한.

이슬람권 국가들에서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가족내 명예살인.

중국은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 정책 을 강화하여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 치안병력을 대폭 강화하고,

위구르 언어와 교육, 종교활동에도 제한을 가하고 있어

최근 수년 새 이 지역에서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착할 곳 없이 떠돌던 그들은

뚜앙’, ‘찬드라’, ‘모샤르 가족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사진출처: 구글검색 '라이따이한')


그리고 나라는 있으나 등 붙이고 누울 공간도 없고,

내가 네 엄마야. 원래 아빠는 없어. 그럴 수도 있는 거야

라고 말하지 못하고,

모자지간과 남매지간의 사이를 겉도는 해나와 민.

  나라도 있고 경찰공무원이라는 철밥통 직업에,

등 붙이고 누울 새 아파트도 장만했으나

성적소수자인 자신은

사회에 온전히 소속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허 경사.

허허벌판의 갯벌 옆에 세워진 인천공항.

공항 인근의 난민센터에 불안하게 모여 앉은 그들을 보며

나라를 잃어도 난민이요, 집을 잃어도 난민이며,

사랑을 잃고 마음 놓을 자리를 잃어도 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이래저래 난민일 수밖에 없어.

-본문, 278p-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었고,

나 역시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그 생각에 동조하였다.

하루하루가 불안했던 시절,

마음 편히 등교할 수 없었던 아침들.

가족을 버리고 싶어 안달하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 그리고 기댈 곳 없는 막막함.

그 시간을 달음질쳐 꾸린

내 가정, 내 집, 내 사람.

더 견고하고 예쁘게 사랑하고 싶은 소망도

어쩌면 막막한 심정으로 떠돌고 싶지 않은 두려움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일 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쿠르디가,

해나와 민이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다.

굿나잇스위트 드림이라 인사하고 잠들 수 있는 밤이기를.

알라후 아크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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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리 2020-12-10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가정을 꾸렸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보트 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