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5
조세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았다. 소설책이라고 하길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떠올렸었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내용도 무거웠고 굉장히 난해했다. 아빠는 이 책을 읽으실 때 책 속으로 빨려들어 가듯이 한번에 읽으셨었다고 하시는데, 나는 안 그랬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아픈 현실이 묘사되는 부분에서는 나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구성방식도 특이해서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 책에서는 <58년 개띠> 의 서정홍 아저씨와 같이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편에서 우리 사회의 허구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글의 배경인 은강시에서는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가정의 생활터전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하지만, 일 한만큼 수당을 받지 못한다. 적은 돈으로 많은 이익을 보려는 윗사람들의 욕심 때문이다.
몇몇 용기있는 노동자들이 사용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올바른 권리를 주장하지만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어거지로 합리화 시키며 죄없는 노동자들을 해고시킨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권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이제껏 기다렸지만, 또 기다리라고 한다.
도대체 그들은 얼마나 기다려야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사항을 들어주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난쟁이의 큰아들은 '노력만 하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인 난쟁이는 사랑이 강요되는 세상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우고... 이렇게 소박한 꿈 하나 이루지 못하고 공장 굴뚝에서 생을 마감한 난쟁이가 난 너무 불쌍하다.
공장장이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수당을 다 주기만 했었더라도 난쟁이는 그렇게 죽지 않았을 것이다. 난 욕심 많은 그들을 중오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58년 개띠>와 비슷했다. 지금도 어느 공장 한 귀퉁이에서 팔을 핀에 찔리며 기계를 돌리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난 지금 그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실제로 없다. 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중에 큰 인물이 되면 그들을 위해 살겠다.
만약 내가 큰 인물이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겠다. 형편이 되면 돕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내용의 책을 두 권이나(?) 읽고 나니 그들의 힘겨움과 상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조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하든,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땀을 흘리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며 살아가겠다.
그들은 나에게 용기를 줄 것이고,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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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서정홍 지음 / 보리 / 199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58년 개띠'를 읽고...
양력으로는 어린이날, 음력으로는 단옷날인 5월 5일, 58년 개띠해에 태어난 한 성실하고 정직한 아저씨의 솔직하고 아름다운 시.
솔직히 엄마의 반 강요에 의해서 읽은 책이었지만 이 책을 잡은 순간부터 난 아저씨가 살고있는, 가난하지만 사랑이 있는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아저씨의 옆집에 사는 학생이 된 것처럼 아저씨 가족의 모습, 그리고 아저씨의 동네와 그 이웃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그려졌으니 말이다.

이 시집은 저자인 서정홍 아저씨와 같은 노동자의 일상적인 삶과, 열심히 사는데도 사회에서는 외면 받는 억울함이 드러나 있다. 아저씨는 넓은 아파트도, 멋진 자가용도 없고, 아들 공부할 책상 하나 사주지 못하는 가난함 속에 살지만, 돈 많은 여느 사장님, 사모님들보다 정직하고 깨끗한 삶을 살아오셨다.
'김씨 이야기'라는 시를 읽었을 때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가슴이 찡했다.
그렇게 정직하고 열심히 살려고 애쓴 사람들은 왜 단칸방 한켠에서 죽어가야만 하고, 부모 잘 만나서 놀고먹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떵떵거려야만 하는 걸까.
정말 그래야만 우리가 항상 말하는 선진국의 대열에 끼어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또, 70초에 한 명 꼴로 늘어난다는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쓰라린 경험이 담겨있는 부분을 읽을 때는 그제서야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이란 사람은 밤새도록 노름판에서 날려먹을 돈은 있고, 손가락 절단 사고 방지할 안전장치 설치해줄 돈은 없는 걸까?
참 웃긴다. 아저씨 말씀처럼 사장이란 사람은 노동자들이 '노름판에서 날려먹을 돈 대주는 기계'로 밖에 보이지 않나 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한국의 전형적인 습성, '돈'이면 다 해결되는 현실이 정말 치욕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화가 났다. 여기저기서 올바른 소리는 많이 들려오지만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 말을 지키고나 있는 것인지, 그게 말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알고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돈이 부자들 주머니를 벗어나 가난한 사람들 주머니를 채워줄 때, 그 때 비로소 돈과 웃으며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것인지 또 의문이다.
내 생각인데, 아저씨는 평생 돈과 웃으며 만날 날을 맞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부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돈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사랑이 있고, 땀이 있다. 열심히 땀흘려 번 돈은 부자들의 그 하얗고 거품 같은 돈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아저씨는 누구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아오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것이다. 하늘에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아저씨의 삶이 존경스럽다.

나도 이제 노동자들의 값진 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그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지 못해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형편이 된다면 정말 끝없이 베풀다가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값진 땀 흘리는 노동자가 되지는 못할 망정, 흥청망청 돈 쓰는 속없는 사람은 절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정말 인간의 삶이며, 돈 많은 사람들이 결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훌륭한 생각을 갖게 해주신 서정홍 아저씨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 시집이 많이많이 팔려서 아저씨가 아들 영교에게 했던 약속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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