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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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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친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네요. 택배를 시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서라도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만큼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택배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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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생활 좌파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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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자면.

1. 책은 가급적 깨끗하게. 구기지 않거나 펜으로 끄적이지 않거나.

2. 책은, 읽는 사람의 흔적을 남기는 곳. 밑줄 쫙. 여기저기 끄적끄적. 중요 부분은 접기까지.

 

나는, 후자이다.

책에는 고스란히 나의 흔적이 남는다. 때론 누군가가 나의 책을 들추다가 "시험 공부 했니?"라며 피식 웃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책은, 내밀한 내 속 얘기가 잔뜩 담긴, 일기장과도 같다. 빌려주기도, 헌책방에 넘기지도 못하는 게 대부분인지라, 그저 차곡차곡 쌓이고, 또 쌓인다.

 

그 중에서도 한 문장, 한 문장이 그 시절 그 순간에 절절히 다가오고, 나에게 말을 거는 듯 하여, 밑줄치기에 끄적이기를 가득한 책이 있으니, 바로 목수정씨 책이다.

 

2008년. 11월 마지막 주말은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이라는 책을 읽었다. 질풍노도와도 같았던 20대에 '여성'으로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벼르고, 또 벼르게 해 주었다. 더불어, 사랑의 아픔에 너덜너덜해진 나에게 도대체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보게 한 책이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내이자 엄마이자 한 집안의 맏며느리가 되면서.

[야성의 사랑학]을 두 번 읽었다. 2010년과. 2014년. '지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만치않은 날들의 연속. 일상에서의 투쟁의 나날들.

 

그렇게 나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질퍽질퍽한 시간들을, 목수정씨 책과 함께 했다. 목수정씨가 있었기에 버텨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은 서늘한, 그래도 나를 품어주는 누군가를 만난 듯. 서로의 시간과 공간이 달라도, 고민을 들어주고 힘을 주는 언니를 만난 듯 했다.

 

오랜만에 다시 목수정씨 책을 읽었다. [파리의 생활 좌파들].

이번에는 그녀의 삶이 아닌, 그녀 주변의 사람들 얘기를 들려준다. 나박나박.

각양각색의 삶이지만, 중심에는 늘 '사랑'이 관통한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지금의 나의 삶에 대해 계속적으로 질문하게 된다.

"넌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니? 어떻게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니?"

 

'좌파'라고 하면, 뭔가 딱딱한 정치적 용어를 갑옷처럼 둘러싸고는 비장한 각오, 한 토막은 갖고 살아가는가 싶지만,

목수정씨 말마따나 파리의 생활좌파들은 "목숨 바쳐 좌파 노릇을 하지도 않았고, 희생 따위를 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마치 걸치기 편한 옷마냥 좌파의 생각을 걸치고 누리고 있는 이들이었다."(7쪽)

 

앞으로의 내 삶에 영감을 준 이야기 몇 토막들.

 

<노인을 위한 나라를 꿈꾸다-테레즈 끌레르>

테레즈는 말한다. 늙는다는 것은 사는 것의 연장일 뿐이라고. 여기저기 아픈 곳을 얘기하며 자식들에게 투정이나 부리다가 죽음이 찾아오는 날을 기다리는 대신 "삶을 의미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갖는 것,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온몸을 다해 투쟁하는 것, 마지막 순간까지 활기찬 시민으로 살다 가는것"이 테레즈의 꿈이자 그녀가 바바야가의 집을 통해 실현하려고 하는 목표다. (19쪽)

 

"나를 움직인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정의' 그리고 '사랑'이다. 정의롭지 않은 일이 눈앞에서 계속 벌어진다면 그것을 멈추기 위해 어떤 순간에라도 일어나는 것,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그것을 중단할 순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랑이기 때문이다." (29쪽)

 

<분홍 돼지 엽서를 그리는 남자-에릭 브로시에>

"자기를 매혹하는 그곳으로 끝까지 가보는 것.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그 속에서 일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잠시 머뭇거릴 때 원래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일깨워주고 지지해주는 벗이 있다면 더욱 확실히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40쪽)

 

"단순하게 말하자면 좌파와 우파는 돈에 부여하는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구분되는 것 같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 우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통해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44쪽)

 

<세상의 좋은 것들을 자본가에게 뺏기지 마라 - 자크 제르베르>

Q. 아들에게도 당신의 정치적 신념을 교육했나?

A.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교훈을 강요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은 아들을 교육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새로운 방식의 사고가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전하려 했다. 아들에게 "부모의 뜻을 거스를 때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매일매일 너는 부모의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구축한 네 모습을 나는 사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내가 그런 모습을 나무라면 "아빠가 부모의 맘에 안 들게 행동하라고 말했잖아요"라며 항변했다. 그때는 나도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의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한 아들을 사랑한다. (74쪽)

 

"좌파란 시간을 더디게 흘러가게 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움직임을 거부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파는 모든 삶을 속도에 대한 강박 속에 날려버린다. 좌파는 시간을 갖고 삶을 음미하며, 이른바 개발과 발전이라는 강박으로부터 삶을 되찾아오는 싸움을 한다. 또한 좌파는 끊임없이 세상의 구조,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수에 맞서 소수를 대변하며, 지속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삶의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자신을 일깨우고 탐구하는 사람들이다"(79쪽)

 

Q. 좌파로서 당신의 실천은 무엇인가?

A. 나는 끊임없이 놀라움을 선사하는 그림과 책과 영화를 찾는다. 그것으로 나를 자극하고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엿본다. 루브르박물관을 나설 때면 마치 집회에 참여했다가 귀가할 때처럼 내가 한 뼘 움직였음을 느낀다. (...) 나에게 예술작품을 가까이하는 것과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목적이 같다. 그것이 나를 진정한 좌파로 존재하게 한다. (80쪽)

 

<나의 양심은 총을 들 수 없었다. -이예다>

"중1때. 일본 만화가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 <붓다>를 읽었다. 그때부터 만화 주인공에 감정이입되면서 왜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을 이유 없이 죽일까에 대한 긴 고민이 시작되었다. 모든 동물처럼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을 죽일 수 잇다. 그러나 인간은 주변에 있는 작은 벌레들을 습관처럼 죽인다"(123쪽)

 

<변신을 위해 양쪽의 세계가 필요하다 - 엠마누엘 갈리엔느>

"몸이 움츠러들 만큼 심장이 오그라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시급한 치료는 존엄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 엠마누엘이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약은 시였다. 그것은 물론 음악일 수도 무용일 수도,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단지 그 모든 것은 각자의 내면에 깃들어 있던 고결한 자아를 일깨워주기만 하면 된다."(15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라-사라 달루아>

"그리고 나는 충만한 사랑을 누린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 사랑이 나를 이렇게 살게 해주었지." 그녀가 말하는 그 사랑은 바로 조셉과 나눈 절박하고 열렬한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셉은 사라가 서른아홉 살이던 해에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쉰넷이었다. 그와 함께한 20여 년의 세월이 그가 떠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녀로 하여금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해준 것이다.(166쪽)

 

"흰머리는 인생의 아카이브야. 내가 살아온 인생이 이 흰머리에 차곡차곡 쌓이는 거야. 그래서 좋아해. 그러니까 염색 안 하지." (166쪽)

 

"요즘 사람들은 언제 어디로 바캉스를 떠날까, 언제 바겐세일이 시작될까 하는 얘기들만 화제로 올린다. 예전엔 이웃끼리 눈만 마주치면 정치 얘기를 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정치 얘기를 꺼린다.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여전히 정치 얘기를 건넨다. 그것이 나의 실천이다."(168쪽)

 

<한국 국정원이 나를 투사로 만든다 - 브누아 켄더>

"각자의 입맛에 맞는 협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은 프랑스인들의 전형적인 삶의 방식이다. 이들은 흔히 돈을 버는 직업과 열정을 바치는 협회 활동에 동등한 에너지를 쏟으며 산다."(176쪽)

 

<혼자서 맞는 해방은 없다 - 루이즈 포르>

Q. 당신에게 좌파는 어떤 사람인가?

A. 옆 사람이 불행한데 나 홀로 행복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 좌파란 또한 "세상 모든 일에 즉각적,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 무엇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위한 각격을 스스로에게 부여할 줄 아는 사람"

 

<학교 수위 아저씨를 위해 연대하는 학부모들-토마 페루아>

 

"은퇴하면 피아노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주를 잘하고 싶다. 그리고 현대무용을 배울 생각이었다. 오래전부터 은퇴 뒤에 현대무용을 배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Q. 기타리스트 큰아들은 여유 있는 삶을 살지 않나? 아들이 아빠를 도울 수 있는 것 아닌가?

A. 아들은 도대체 얼마나 버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기댈 생각은 조금도 없다. 내가 나이 들어서 덕을 보려고 그 아이들을 키운 것은 아니니까. 내가 정말 힘들어지면 아이들이 나를 도울지도 모르지만, 그 생각을 미리 염두에 두진 않는다. 나의 신념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워볼 생각이다.(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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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를 수 있는 권리 - 개정판
폴 라파르그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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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방바닥과 내가 한 몸이 되어 몇 번의 회전과 구르기를 해가며 읽은 책은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수 있는 권리>.

오랜만에 읽은 선동적인 문체의 맑스주의자 글이다.

저자는 칼 맑스의 딸 라우라의 남편이기도 하다.

70세에 청산가리를 주사해서 아내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그의 이력이 독특하다.

노동중독자가 경제 발전의 견인차로서 추앙받고,

게으름과 나태함이 한결같이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노동할 권리'가 아닌,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찾아라!

불끈,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차오른다기보다는

나른나른,

게으름에 더 촘촘히 젖어드는 느낌이다.

:)

그의 책에 실린 시가 참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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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게을리 하세.

사랑하고 한잔 하는 일만 빼고,

그리고 정말 게을리 해야 하는 일만 빼고.

 

- 레싱(Lessing)

 

 

 

우리에게는

"가만히 멈추어 서서 바라볼 시간"이 필요하며,

무슨 사건에 참여할 때는

어느 정도 긴장감도 느껴야 한다.

 

우리는

혼자 있을 시간이,

타인과 깊숙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이,

집단의 일원으로서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자신의 일을 몸소 창조적으로 행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외부에서 주어지는 즐거움을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고 그저 우리의 모든 근육과 감각을 사용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바라건데,

많은 사람이 동료들과 함께

정말 건전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기획할 시간이 필요하다.

 

 

-프레드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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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 창비청소년문학 40
주디 블룸 지음, 김영진 옮김 / 창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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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끔씩,

꿈에서 그 사람을 본다.

애틋하고, 미안하고, 그리운 그때의 그 사람을 볼 때마다

내 한 시절은 그 사람을 빼고 설명될 수 없음을 느낀다.

인생의 한 시절을 함께 한 사람.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무수한 감정의 회오리 속에서 나를 성장시키고,

특별하고도 소중했던 기억들을 만들어 준 사람.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들.

주디 블룸의 '포에버'는

그 때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청소년들만 보기에는 아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자들에게 추천하면 어떨까 싶어 고른 책이지만,

기대 이상이다.

첫사랑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첫경험을 생각하는 당신에게,

첫사랑을 경험한 당신에게,

첫경험을 간직한 당신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책이다.

세상의 모든 '첫'을 찬양하며 요란스럽게 포장하지도 않고,

아름답게 미화시키지 않고,

담담히,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지 않나요? 이런 느낌을 받지 않았나요?'

라고 편안하게 묻고 있다.

그래서 더 짠하고,

그 기억들이 더 생생하게 떠오른다.

참고로,

이 책은 미국에서 1975년에 발표된 이래 선정성 논란 등으로 끊임없이 논쟁을 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첫키스, 첫경험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이다. 꾸밈이 없다. 그리고 몸으로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준다. 성행위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 간에 이루어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것도.

어줍잖은 성교육 대신에 이 책 한 권씩을 읽도록 하는 건 어떨지.

 

p.106 - "캐스, 엄만 섹스에 대해서 너한테 늘 솔직했어......"

" 알아."

"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건 너한테 달렸어. 난 하라고 부추기지도, 절대 안 된다고 막지도 않을 거야. 그러기엔 너무 늦었으니까. 그래도 엄만 네가 책임감 있게 행동하길 바래. 어떤 결정을 내리든."

p.259 - 나는 너를 사랑했던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아마도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너무나도 특별한 사이였기에 우리가 함께했던 그 어떤 일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우리 나이가 열 살만 더 많았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다만 영원한 관계를 약속하기엔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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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 셀카 본능에서 잊혀질 권리까지, 삶의 격을 높이는 디지털 문법의 모든 것
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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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년 정도 유지해오던 016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010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아직도 피처폰을 쓰느냐?"에 대한 질문에
"왜 스마트폰으로 바꿔야하는데?"라며 반문했던 저이지만,
어린이집 엄마들 카톡방 얘기를 듣고 갈아타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아이의 등원을 계기로 더 이상 고립된 섬처럼 지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휴대폰을 바꾸지 않았던 이유는,
워낙에 기계치라 각종 기기들과 친숙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기기에 알게 모르게 종속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여타의 상황들도 더 늘어날 것도 같았고요.

실제로 폰을 바꾸고나서,
좋아진 점도 많았지만, 우려하던 바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예전에, 남편이 저에게 뒷모습만 보인채 휴대폰으로 야구기사를 보고 있으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척 섭섭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한창 말문이 터져 종알거리는아이의 말에 대꾸는 대충대충. 손으로는
카톡을 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상대방이 휴대폰을 꺼내서 사용하면
순위에서 밀린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섭섭하고 딱 그 감정만큼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생각해보면 저역시 누군가에겐 그런 느낌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눈을 맞출 시간에, 휴대폰을 매만지는 그 사람의 손동작을 보는 느낌.

이런 저에게 구본권씨의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라는 책은
'만나서 다행이다'라는 느낌을 줍니다.
"셀카 본능에서 잊혀질 권리까지, 삶의 격을 높이는 디지털 문법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과장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1. 스스로 드러내는 사람들 - 프라이버시의 종말
2. 우리를 공공재로 만드는 디지털의 방식 - 뉴 빅브라더의 진화
3.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법 - 디지털 리터러시

이렇게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있고, 그 안에 다시 세부적인 주제의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셀카를 찍어댈까?'
'"좋아요"는 어떻게 우리를 옭아매는가?'
'카카오톡 1에 얽힌 권력관계'
'디지털 네이티브 자녀를 둔 디지털 이주민 부모의 초상'
'IT종사자의 남다른 자녀 교육법, 디지털 페어런팅'
.
.
.
이런 주제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차근차근 생각해볼 주제들이 아닌가 싶네요.
특히 디지털 시대에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주제인 거 같습니다.
디지털 이주민이라 불리는 부모 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자녀들을 키워야하는 상황은 가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저자도 <디지털 시대에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조금 소개하자면

" 디지털 시대에 자녀들은 누구의 눈에도 들키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접속해 거기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유와 권력을 얻었다. 그만큼 부모는 과거에 비해 무기력해졌다. 디지털 이주민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가르치는 현실의 난감함이다. 이 지점에서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자녀 교육 방법을 크게 두 갈래다. ... 또 다른 길은 부모가 최대한 디지털 문명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 살고 있는 자녀에게 적합한 새로운 교육 방법과 정보를 학습하고 적용해보는 시도다. 이때는 디지털 문명에 대한 학습이 필수적이다"

"부모가 디지털 기술을 전문가만큼 알아야 비로소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디지털 세상을 제한 없이 만나게 될 자녀가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자녀와 디지털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소통과 신뢰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자신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힘과 구조에 대해서는 그것이 아무리 거대하고 불가항력적 위력을 지니고 있더라도 그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거리를 유지하고 비판적, 반성적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모 자신이 주체적 사용자가 되어 자녀가 만날 환경에 대해서도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찾아가도록 도울 수 있기 대문이다."

저자는 디지털 문명과 디지털 기기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꼭 필요함을 얘기합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이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비단 자녀교육을 떠나, 우리의 현재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책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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