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제시 앤드루스 지음, 김보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책소개

쓰레기 같은 영화를 만들고, 여자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며
쿨한 소년은 어른이 되어 간다.
2015년 제31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수상 영화 원작 소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죽음을 다룬 가장 웃긴 이야기

제시 앤드루스의 데뷔 소설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는 유쾌하지만 냉소적인 성격을 지닌 영화광 소년이 백혈병에 걸린 여자 친구를 돕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독특한 소설이다.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처럼 불치병에 걸린 10대 청소년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여타의 작품과 달리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의 상처 받은 내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며 삶에 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하는 작품이다.



[나의 감상] 


서평단 소개시 책소개를 읽고 나서 재미있을꺼라고 생각이 들어 신청을 했고, 출판사에서 택배로 너무나 꼼꼼하게 게다가 서류 봉투 안에 노오란 책이 나를 너무도 설레이게 했다.


하지만 서두 부터 이 책의 저자, 그렉 게인즈의 서문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고개가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책을 읽으라는건지, 책을 읽지 말고 덮으라는건지, 왜냐하면 책 서문에서부터 이책의 저자인 그렉 게인즈인 "나"라는 화자가 이 책을 왜 쓰고 있는건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며, 영화감독인데 책을 쓰고 있다고 하며, 시작부터 살짝 그렉이라는 주인공..즉 "나" 가 굉장히 시니컬하고, 말장난을 좋아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부터 시작된 스토리는, "나" 인 그렉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았다. 일기장 겸 끼적이기를 좋아하는 평범하게 살고 싶은 아주 평범하지 않은 그렉의 가늘고 길게, 눈에 띄지 않고 적당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본인 스스로 다른 학생들로 선을 그어 놓고, 그 선에서 딱 한 걸음 뒤로 가 있는 딱 시니컬한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런 시니컬한 그렉에게도 그렉과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친구인 얼이 있다. 얼은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여 욕설은 기본이며 줄담배와 음주도 서슴치 않은 진짜 괴짜나 흔히 또라이 스런 흑인 소년이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들의 조합은 비주류 영화를 좋아하고, 본인들의 스타일로 일명 "병맛"같은 아마추어 영화를 비밀스럽게 제작하고, 관람하는 공통된 취미를 가지고 있다.

나의 생각과는 달리 그렉의 가정은 너무나도 훌륭해서 깜짝 놀랬다. 이런 가정에서 그렉과 같은 시니컬한 아들이 나올수도 있고. 이런 아들을 충분히 존중해주는 부모님이 계셨다. 그렉의 교수 아버지와 삶을 논할때의 얼의 의외의 모습과, 겉으로 보이는 얼의 모습이 아니, 자신들의 아들인 그렉의 친구인 얼로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렉이 한때 알았던 레이첼이라는 소녀가 현재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중이라는 사실을 그렉의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고, 그렉의 어머니는 그렉에게 레이첼과 친하게 지낼것을 독려하며 나 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모두 등장하며 스토리가 진행되어 간다. 그렉은 투덜 거리면서 억지로 레이첼과 친해지며, 얼까지 이들의 관계에 끼어들게 되고, 그렉 몰래 얼이 레이첼에게 이들의 영화를 보여주게 된다. 통통튀고 발랄할 것 같은 레이첼과 얼의 조합도 신기하였지만, 이들의 요상한 영화를 레이첼은 좋아하게 되면서 이 세사람은 친구가 되어 간다. 


책을 읽으면서 아메리칸 유머가 이해하기 어렵고, 그렉의 일기장에 끼적이는 것과 같은 몇몇 이야기들은 동감하기 어려워 책이 재미없다고 느껴졌지만 책 후반부로 갈수록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레이첼을 위한 영화를 그렉의 온전한 자신만의 의지가 아니라, 상황에 엮어서 어쩌다 보니 레이첼을 위한 영화가 제작되고, 이 영화를 그렉과 얼이 만든 영화중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영화가 입소문을 타는 과정이 너무 유머스럽게 그려져서 이부분은 정말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렉의 말투에 익숙해졌는지 이런 류의 소설은 뒤에 꼭 병마에서 싸워서 레이첼이 이기던지, 혹은 둘 사이에 사랑이 싹 틔여야 하지만. 전혀 그런 일 따위는 생기지도 않았다는 시니컬한 그렉의 자조적인 약간 체념적인 말투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정말 제일 중요할때 얼이 그렉을 향해 서로 싸우면서 외치는 말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나는 그렉보다 얼이 완전한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었다.  레이첼을 계기로 오히려 얼이 비주류에서 주류쪽으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때 비로소 그렉도 성장을 시작하는 구나 라고 느꼈다. 


친구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이들 스스로 성정하고, 인생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깨우지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줘서 한편의 성장 소설을 읽은 것 같았다.

그리고 책의 마무리를 보고 아 이래서 그렉이 이 책을 썼구나라고 느끼며 깨알처럼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깔깔 거리며 웃고 나서, 책을 다 읽고 책의 서문을 읽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 졌다. 

여전히 그렉은 고민하고 시니컬하지만 분명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걸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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