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방 - 나를 기다리는 미술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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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거나 전시를 보는 건 정신적인 여행이자 내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기댄 채 편안하게 책을 읽었지만, 도슨트와 함께 세계 곳곳의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뮤지엄 스토리텔러'인 저자는 60점의 명화를 발상, 행복, 관계, 욕망, 성찰의 방에 열두 점씩 전시한다. 몇백 년 된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이 담겨있으며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작가에 관한 짧은 설명도 덧붙인다.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문장들은 예술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책에 담긴 명화들을 두 눈에 담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종이에 프린팅된 이미지로 보는 것과 눈앞에서 보는 건 전혀 다르니까.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비너스의 탄생' 앞에 서면 무엇을 느끼게 될까. 어떤 관객처럼 나도 발작을 일으키며 기절하게 될까. 

아는 작품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처음 보는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음미와 동시에 공부였다. 그것도 흥미롭고 재밌는 공부. 내가 만든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 작가도 있었고,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싶은 작가도 있었다. 

작가의 삶에 관해 생각했다. 그의 몸은 사라지지만, 작품은 그 이후에도 남아있다. 나는 무엇을 남기고 갈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그리고 내가 여전히 '과정'에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다시 했다. 무엇이 되지 않은 상태가 좋다. 정해진 게 없기에 덜 의식하고 더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p. 55
"색채를 통해 나는 우주와 완전히 동일해지는 느낌을 경험한다. 나는 정말 자유롭다."

p. 74 
크리스토는 이 작품을 경험한 사람들이 물 위를 걷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p. 189
자연을 온전히 관조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홀로 머물면서 그 홀로 있음을 의식해야만 한다. 

p. 259
나는 사물이 아니라 관념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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