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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ㅣ 비룡소 클래식 54
애나 슈얼 지음, 루시 켐프웰치 그림, 양혜진 옮김 / 비룡소 / 2022년 7월
평점 :
엄마들이 고전/클래식 도서를 읽힐 때 목표로 하는 도서가
비룡소 클래식이라죠~
축약본을 읽히다 완역본으로 넘어갈 때 가장 많이 찾는
비룡소 클래식에 새로운 신간이 나왔어요.
영국 작가 애나 슈얼의 블랙 뷰티는
애나 슈얼이 장애와 질병의 아픔을 딛고 마침내 완성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에요
애나 슈얼은 어릴 때 발을 다쳐 평생 말의 도움 없이는 이동할 수 없었어요
그는 이런 자신의 다리 역할을 해준 말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검은 말의 이야기를 적었죠.
훗날 애나 슈얼의 책은 동물 애호 운동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말에 대한 잘못된 처우를 비판하고 동물 복지를 설파한
기념비적인 소설로 평가받고 있어요
너무 특이하게 말이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자서전 같은 느낌의 소설이에요.
말이 화자인 일인칭 시점의 [블랙 뷰티]라는 소설은
말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너무도 담담하게 적어나가더라고요.
자신의 기쁨, 슬픔을 이야기할 때는 그들도
사람과 같이 모든 걸 느끼고 아파하고 행복과 기쁨,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어요
'어머니와 나','쌍두마차를 함께 몰기','과수원에서','세 살 무렵의 진저'
검은 말의 일생이 담긴 소설
[블랙 뷰티]
블랙 뷰티는 '더치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좋은 혈통을 지닌 어미 말에게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어요
주인도 선하고 친절한 남자였죠.
4살이 되었을 때 스콰이어 고든이 블랙 뷰티를 보러 왔고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는 내가 마음에 든 기색이었고 이렇게 말했다.
"제대로 길들이기만 하면 아주 잘 해내겠는데요."
내 주인은 직접 나를 길들일 거라고,
내가 놀라거나 다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지체 없이 다음 날 그 일에 착수했다.
길들이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내가 설명해 보겠다. 그것은 말에게 안장과 굴레를 차는 법,
등에 남자나 여자나 아이를 태우는 법,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고 얌전히 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뜻한다.(23P)
모든 길들이기가 끝나고 나면 블랙 뷰티는 모든 생활이 만족스러웠던
주인의 곁을 떠나 새로운 주인의 곁으로 가야 해요.
말은 주인을 선택할 수 없으니 모든 건 인간에 의해 결정되죠.
어미 말은 곧 떠나야 하는 블랙 뷰티에게 당부의 말을 건네요.
"하지만 아주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이 존재한단다.
내 주인처럼 선량하고 사려 깊은 사람들도 있지.
어떤 말이라도 자랑스레 섬길 만한 분이지.
반면에 악랄하고 잔인한 사람들도 있어.
절대로 말이나 개를 소유해서는 안 되는 인간들이지
..............(생략).............
부디 네가 좋은 사람들 손에 맡겨지기를 바랄 뿐이야.
하지만 말은 누가 자신을 사 갈지, 누가 자신을 몰지
알 도리가 없지. 그건 순전히 운이란다.
그래도 너에게 당부하고 싶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하고 평판을 잘 유지하라고 말이다."(29P)
새로운 주인인 스콰이어 고든의 영지에서 만난
진저라는 암말은 사람을 물어뜯는 안 좋은 버릇이 있었어요
하지만 진저가 저렇게 된 이유는 진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게 돼요
블랙 뷰티와 같은 좋은 주인을 만나지 못했던 진저의 길들이기 과정은
너무나 힘들었어요. 고문이나 다름없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잔인함과 무지함을 알게 되더라고요.
애나 슈얼은 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하며
그들도 생명임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거 같았어요.
진저는 이런 말을 해요.
"그가 예의 바르게 대했더라면 나도 참아보려고 했을 거야.
일할 생각도 있었고, 열심히 일할 각오도 돼 있었거든.
하지만 고작 인간들의 멋을 위해
그런 고문을 당한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어"(58P)
진저의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솔직히 가슴이 아팠어요
진저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죠 ㅜ-ㅜ
왜 날렵해 보이게 자기 아이들 귀를 각지게 자르지 않고?
왜 대담해 보이게 자기 자식들 코끝을 잘라 내지 않고?
또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배워요.
올리버 경이라는 말에게는 갈색 테리어 종인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스카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 친구는 다섯 마리의 어여쁜 강아지를 낳았죠
어느 날 웬 남자가 새끼들을 모두 데리고 가더니 꼬리와 귀를 잘라 논 거예요
올리버는 분통을 터뜨려요.
"무슨 권리로 인간들은 신의 피조물들을 고문하고 모양을 망가뜨리지?"
이런 올리버의 분노는 우리 인간들이 반성하고
가슴 깊이 새겨야 하는 이야기예요.
블랙뷰티의 일대기를 통해 말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의 처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그들도 사랑받을 권리가 있고 인간은 함부로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되겠죠
글 하나하나에 애나 슈얼의 말에 대한 사랑이 녹아있는 걸 느끼며
고전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읽어보길 추천해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