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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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을 알게 된 것은 ‘도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라는 에세이를 통해서였다.
소소한 일상, 감성을 내세운 에세이들과 달리 시원시원하게 쓴 문장들은 
유려함, 아름다움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생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읽고 나니 정신무장이 된다고나 해야 할까?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피식하고 웃음짓게 하는, 나와 코드가 잘 맞는 좋은 에세이스트를 만난 것에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 이랑이 이번에는 돈 이야기를 한다니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창작자로 사는 것, 단순히 글과 음악을 만드는 것 이외의 잡다한 모든 것들을 가감없이 드러내었다.
무상으로 인터뷰하기, 공연 후 관객들과 교감하기, 글과 음악을 만드는 이랑이 글과 음악으로 얼마를 버는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보이는 예술가, 아티스트도 한 인간이므로
당연히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할 텐데, 사람들은 예술가가 돈돈거리는 것이 힙하지 못하다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랑은 카페에서 먹는 커피 한잔이 부담되어 카페 가는 것을 그만두어야 할 정도인데
돈 이야기하는게 그렇게 아니꼽냐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제2부는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래를 만들고 글을 쓰게 된 계기, 창작의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각자의 이야기에는 가치가 있다’라는 문구였다.
워낙 자신의 세계가 뚜렷한 이랑이라서, 주위에는 예술인만 있을 것 같고 예술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교류가 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제는 반성합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강의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니 내가 쓰고 말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것 같아 후련했다.

제3부는 살면서 마주친 편견, 그리고 이와 맞서며 변해가는 이랑의 모습들이 나온다.
이랑의 지난 연애 이야기에 엄청나게 공감했다. 
이성애적 사고에 갇혀 나 스스로 인간관계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한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난 지금 내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에 목매고, 로맨스를 은근히 기대했던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제4부, 마지막에는 이랑이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만난 친구들과 고양이 준이치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 같다.
이랑의 세계를 구성하는 이들은 서로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도 친구들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이랑의 마음은 내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들의 존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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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은 이 책을 쓰면서 스스로 들쭉날쭉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린 모두 들쭉날쭉한 존재들인걸. 들쭉날쭉하지만 살면서 빼놓을 수 없는
돈, 직업, 자기인식,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어서 
이랑을 몰랐던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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