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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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고 시작하자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거나 연극으로 본적이 한번도 없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예전과 현대 버전으로 두어번 보았을 뿐. 템페스트는 그 중 제목 조차도 낯선 작품이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호가스 출판사에서는 오늘날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셰익스피어의 걸작들을 재해석해 다시 쓰는 호가스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대표적 베스트 셀러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템페스트>를 재해석해 다시 쓴 <마녀의 씨>는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  템페스트를 모르는 나에게도 굉장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느껴진 소설이었다.

마녀의 씨를 읽기전 템페스트가 어떤 작품인지를 알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걸작으로 배신과 복수, 용서와 포용의 내용을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그러낸 작품이다. 실제로 책으로 찾아봤을 때는 짧은 극작품이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러한 템페스트를 바탕으로 현대적 배경에서의 템페스트를 그려내었다. 동생 안토니오에게 배신당해 딸과 함께 섬으로 추방당하고 마법의 힘을 얻어 폭풍우를 읽으켜 동생이 탄 배를 섬으로 조난당하도록 유인해 복수의 꿈꾸며 그들에게 고통을 주지만 끝내 용서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이 노예와 부하로 부리던 칼리반과 아리엘을 자신의 일부로 포용하고 자유롭게 해주었으며 자신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러한 템페스트의 내용을 재해석하여 템페스트가 주는 교훈을 그대로 주면서 현대적으로 훌륭하게 그려내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딸마저 잃은 연극연출가 필릭스 필립스가 템페스트에서는 섬으로 그려졌던 것을 감옥으로 하여 그곳에서 복수의 날을 꿈꾸며 템페스트를 연출하고 그날이 다가오지만 고통을 받는 이들을 보며 오히려 허망함을 느끼고 그동안 자신이 집착했던 복수가 자신에게는 감옥임을 느끼고 자유로워지려 한다.

 

그가 혼잣말을 한다. "어쨌든 해냈어. 적어도 실패하지는 않았어." 어째서 이렇게 허탈한 기분이 들까?
더 희귀한 행동은/ 복수보다는 미덕에 있네. 그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말이다.
미란다다. 그녀가 그에게 대사를 불러주고 있다. - 349p 중

 

"좋아요, 하지만 아홉 번째 감옥은요?" 8핸즈가 묻는다.
..중략..
필릭스가 설명해 준다. "연극에서 '나를 자유롭게 풀어 주시오' 라는 마지막 말을 생각해 봐. 자유로운 몸이라면 '나를 풀어 주시오'라고 말하지 않겠지. 프로스페로는 자신이 구성한 연극 속에서 죄수야. 바로 그거지. 아홉 번째 감옥은 바로 연극 자체야." -398p 중

 

요즘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 중에 감옥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감옥에는 분명 범죄를 저지르고 들어가는 곳이지만 실은 그 너머 바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선과 악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돈의 유혹에 넘어가 대신 감옥에 들어가거나 모함으로 인한 누명으로, 또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보려다 실수하게 되어 들어가게 되는 등 오히려 그들을 감옥으로 보냈으면서 법적으로 아무 죄가 없는 이들이 더 악해 보였다. 필릭스가 수감자들을 이용해 템페스트를 연출하고 그 수감자들은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실은 필릭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자들 역시 그들 못지않은 악한이다. 그런 누군가에게 원한이 생겨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상대방보다 자신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뿐이고 오히려 그들과 같은 악한이 되는 길이 아닐까. 템페스트의 내용이나 마녀의 씨에서 복수를 꿈꾸며 연극을 준비하는 이야기는 이런 인간의 선함과 악함이 사회적 위치가 아닌 인간 본연의 모습이며 그 구분이 무의미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그들에게 고통을 주어 무엇하겠는가. 오히려 자신이 그 복수와 분노로 고통받는 길임을 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다. 템페스트의 프로스페로와 마녀의 씨 필릭스 필립스는 복수를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그것을 깨달았고 그들을 용서하였고 그것이 미란다와 페르디난드, 앤마리와 프레디의 미래와 자신이 마음대로 조종하려던 이들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자신도 편해지는 길이라는 걸 복수의 과정을 통해 깨달았던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느 나라건 고전 작품은 누구에게나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작품들이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걸작이라는 칭호를 받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들어보지도 못해 읽는 것 조차 망설여진다면 그런 생각은 넣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이번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와 템페스트가 얼마나 훌륭한지 그리고 그녀가 재해석한 템페스트가 얼마나 훌륭하고 재미있게 재해석되었는지를 느껴보시길. 이 작품으로 템페스트에 다가가기 쉬워지고 오히려 재미와 흥미를 느껴 그런 걱정 따위가 필요없어지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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